수능이 막 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능은 고3들에게는 결승 지점인 동시에 예비 고3들에게는 출발선에 가까운 날이기도 하다. 고2라고 하기도, 고3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이 시기에 방황하는 학생들을 위해 발 빠른 선생님들이 준비하는 강의가 있다. 바로 수능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수능 ‘입문용’ 강의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듣지 않지만, 선생님들은 다음 해의 강의를 준비하면서 입문강의를 꼭 커리큘럼에 포함한다. 누군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스킵 하는 강의, 성적이 불안한 누군가는 단순히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듣는 강의. 그렇다면 입문강의는 도대체 누가 들어야 하는 강의일까?

1. 메가스터디 / 김동욱

김동욱T의 입문강의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공부할 것인가’에 대해 말해주는 강의다. 국어 공부에 앞서 본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서부터 수능국어가 다른 국어공부의 방향과 다른 점 등 국어 전체의 학습법과 학습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의는 총 10강이라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개별 강좌의 제목만 봐도 이 강의에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수험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강의의 앞부분인 ‘지피지기’ 파트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한다는 제목에 걸맞게 수능이 도대체 어떤 시험인지, 그렇다면 우리는 수능에 맞서기 위해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하는지를 알려준다. 김동욱T에 따르면 수능은 다른 시험과 다르게 이미 갖추어진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닌 수험생이 가진 그릇의 부피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때문에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니라 생각의 크기를 늘려나가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문장을 읽는 방법부터 시작하여 글을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방법으로 공부하여 논리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얻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김동욱T도 강의에서 1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동욱T는 자기주도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꽤 친절하게 말해주기 때문에 평소에 공부방법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학생들은 꽤 유용한 팁들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약간은 두루뭉술할 수도 있는 앞부분을 지나면, 파트별로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공부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독서(비문학)파트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기출을 통해 글을 읽는 눈을 키워야 하지만 몇 번 이상 무한 반복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식이다. 문법파트에서는 기본개념과 암기- 확인문제- 지문제시형 문제의 3단계를 통한 학습법을 제시한다. 화작파트는 지문이 아니라 문제부터 먼저 읽고 푸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빙빙 돌려 추천하기도 한다. 김동욱T의 스타일은 지문에 90%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순차적으로 읽고 푸는 걸 강조하는 편인데, 이를 감안하면 나름대로 적극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지막 EBS활용법이다. 입문용 강의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도 추가하면서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난다. 예를 들면 독서(비문학)은 1번만 풀고 수능 직전에 한번만 복습해도 된다든지, 현대시와 고전시가, 수필은 수능에 지문이 나오면 읽지 않고 바로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내신공부 하듯 꼼꼼히 공부해두어야 하는 반면 소설과 희곡 등은 줄거리와 중심내용정도만 파악해도 된다고 얘기한다. 각 잡고 공부하기는 아깝고, 안하자니 껄끄러운 EBS 교재의 공부 방향이 어느 정도는 확실하게 잡힐 만하다. 이어서 어떤 부분이 수능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 되었는지까지 기출로 확인해서 짚어준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이상적인 입문 강의에 가장 가까운 강좌가 아닐까싶다. 수능국어를 대하는 태도부터 시작하여 각 파트별로 유용하고 현실적인 방향성을 설정해주면서,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한 강의를 기준으로 두고 봤을 때 방향성에 대한 얘기보다 기출문제를 해설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 문제를 꼼꼼히 오래 다루다보니(원래 김동욱T 강의의 특징이기도 하다) 방향성을 보여주려는 본 입문강의의 의도와는 조금 빗겨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2. 대성마이맥/ 김승리

김승리T의 일반언어학 강의는 수능국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모토로 삼고 있다. 독서와 문학, 화법, 작문 네 파트로 나누어져있어 문법을 제외한 국어의 거의 전반적인 영역을 다룬다. 가장 먼저 독서(비문학)영역에서는 글을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를 말하면서 강의가 시작된다.

글을 읽는 방법은 현재 국어영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에 해당한다. 모든 국어 강사들은 본인만의 강점을 서로 다른 글 읽기 방식으로 내세우고 있고, 그에 따라 학생들의 쏠림 현상도 심한 편이다. 김승리T는 본인의 일관된 글 읽기 방식을 학생들이 체화할 수 있게 특별히 더 강조하고 있다. 파트별로 다른 글 읽기를 설정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쓸 수 있도록 도구를 통일시키는 방식이다.

따라서 일반언어학은 공부의 방향성을 전체적으로 세밀하게 짚어주는 강의라기보다는 김승리T의 ‘글읽기 방식에 대한 개괄’이라고 보아야 맞을 듯하다. 일반언어학 강의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나머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예를 들어 비문학의 한 문단 안에서 유기적인 흐름을 파악한 후, 주정보와 나머지정보를 가려보고,그걸 구분할 수 있게 곳곳에 심어진 표지들을 익혀나가는 식이다.

그렇다면 커리큘럼상 나머지 강의와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일반언어학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장 ‘일반적’인 제시문과 작품으로 김승리T의 글 읽기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승리T가 제시한 글 읽기 방식이 가장 뚜렷하고 가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제시문만을 선별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학생들의 이해와 습득이 빠르다. 따라서 일반언어학강의만으로도 김승리T의 글 읽기 방식을 학생 본인의 강력한 도구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구를 바탕으로 파트별로 나누어진 후속 커리큘럼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심화하고 확장시켜나가는 식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입문강의의 방향성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커리큘럼 상 입문으로 표시되어있기는 하지만, 중요도는 다른 커리큘럼상의 강의보다 훨씬 크고 (커리큘럼 소개영상에서 본인의 다른 강의는 책사기 아까우면 안 들어도 상관없고, 일반언어학 강의만은 꼭 들으라고 매우 강조한다.) 체감난이도도 낮지 않다. 선생님이 강조하는 중요도 때문에 학생이 책임과 부담을 어느 정도 가지고 열심히 들어야 되는 강의이기도 하다.

입문 강의에 꽤나 큰 무게가 실린 케이스이므로, 이에 따른 호불호가 확실히 구별된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강의의 선택은 절대적으로 학생 본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언어학 강의의 중요도가 절대 다른 강사들의 입문강의보다 무겁기 때문에, 일반언어학 강의를 듣기 전에 김승리T의 해설 강의(무료)나 커리큘럼 영상을 살펴보고 본인이 그 도구를 쥘지 말지를 먼저 판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3. 스카이에듀/ 이욱조

이욱조T의 입문강의는 비문학(독서) 5강과 문학(현대소설/고전소설/현대시/고전시가) 4강으로 이루어져있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파트인 비문학과 문학에 집중한 구성으로 보인다. 국어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면 이 두 영역을 우선적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10강 내외의 짧은 강좌수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더 효율적인 구성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문법은 문법대전이라는 다른 강의를 통해 익힐 수 있다.)

‘처음 푸는 국어’라는 제목에 걸맞게 강의의 내용은 어떻게 읽고 무엇을 봐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욱조T의 커리큘럼 영상을 참고하면 기출을 분석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선으로 보면 기출을 더 잘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강의라고 말한다. 커리큘럼의 가장 첫 순서에 위치해 있지만, ‘입문’이 아니라 ‘기본개념’이라고 분류해놓은 이유도 김승리T와 마찬가지로 국어를 어떻게 분석하는 지, 그 방법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다루기 때문이다.

비문학(독서)파트는 전체 흐름과 세부 내용을 나누어 설명한다. 전체흐름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해당하고, 세부 내용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강좌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제시문을 유형별로 나눠서 그 유형에 맞는 독해 방식을 제시한다. 설명 중간중간 현혹되기 쉬운 지시어들 (ex. 이와같은, 이러한, 최근 등)에 꾸준히 반응할 수 있도록 강하게 강조해주는 것도 수업의 특징이다. 문학파트에서는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인위적으로 편집해놓은 제시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소설 독해의 포인트를 가르치면서 이러한 포인트들을 어떻게 짚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에 대해 지문의 문장을 하나하나 상세히 풀어보는 방식이다.

이욱조T의 입문강의는 실용적인 정보와 글 읽기 방식이 적절히 잘 배분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스타일의 강의로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정말 가벼운 마음의 학생들이 가볍게 듣기에 좋을 듯하다. 이러한 특징은 강의의 형식적인 면에서도 나타난다.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넣은 것 같은 자막이나 CG, 효과음의 빈도가 상당하다. (물론 학생들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재밌을수도, 혹은 산만해보일수도 있겠다.) 수능에 처음 접근하는 학생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이드 강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첫술에 배부르듯 입문강의에서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에겐 조금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