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을 위해 영어 문법을 공부하지 않는다. 영어 과목이 절대평가 된 이후로 영어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을 뿐더러, 단 한 문제 출제되는 어법 문제를 맞히기 위해 영문법 전체를 공부하는 수고로움을 들이는 건 요즘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법을 공부할 시간에 차라리 국어 비문학을 읽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겉으로’ 보기에 수능에서 영어 문법은 고작 한 문제의 비중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 문법은 독해의 기본이라는 사실이다. 문법을 모르면 구문해석이 되지 않고, 구문 해석이 되지 않으면 지문을 읽을 수 없다. 최근 영어 독해 전략이 ‘구문을 분석하는 법을 기르는’ 것에만 치중해 있는데, 사실 구문 독해를 연습하기 전에 필수로 선행해야 하는 건 문법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다. 이번 인강 유감에서는 문법을 제대로 공부해 본적이 없는, 혹은 아무리 문법을 공부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명 영문법 노베 (no base)들에게 적합한 강의를 추천해보고자 한다. 각종 입시 커뮤니티를 참고하여 가장 추천글이 많았던 세 명의 강사- 이충권, 이명학, 전홍철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고 분석해보았다.

분석 기준

1. 지나치게 길고 자세한 강의보다 컴팩트하면서 수능에 빈출되는 문법을 공략한 강의를 높게 평가하고자 하였다.

2. 어법의 비중이 낮아지고 독해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어법 문제 자체를 맞추기 위한 강의보다 독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강의를 높게 평가하고자 하였다.

3. 효과적으로 비교·분석하기 위해 ‘같은’ 내용을 어떻게 ‘다르게’ 가르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다.

이충권 _ 한수위 스타터 2.0

여러 사이트를 통해 검색해본 결과, 현재 인터넷 상에서 가장 노베에게 적합한 강의라고 평가받는 강사는 이충권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추천한다’는 댓글만 있을 뿐, 왜 이충권이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설명을 해놓지 않아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해졌다. 이충권의 강의 중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는 한수위 스타터 2.0을 들어보기로 했다.

이충권의 한수위 스타터 2.0은 영어의 베이스가 전혀 없는 학생들을 위한 강좌다. 강의 소개에 따르면 무엇부터 공부할지 전혀 감이 안 생기는 학생, 영어공부를 해야겠는데 너무 어려워서 포기할 지경에 이르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아직 19년도 강의가 나오지 않았으나, 작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약 32강 정도로 진행된다. (문법 단독강의가 아니라 중간 중간 독해 강의가 포함되어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강의가 문법위주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문법, 구문, 독해가 모두 포함된 강의임을 감안했을 때, 강의 분량 자체는 많지 않고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목차를 보았을 때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없었고, 대부분의 문법 강의에서 배우는 개념들이 골고루 들어가 있었다. 다만 강의 제목이 전혀 통일 되지 않아 깔끔한 느낌을 받을 수는 없어서 아쉬웠다.

문법에 거부감이 심한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 중 하나는 ‘용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계속적 용법이니, 후치 수식이니, 불완전 보어니 하는 것들은 마치 영어를 한자로 배우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이충권의 강의가 가지는 장점은 바로 이런 ‘어려운 용어’를 최대한 쓰지 않는 것이다. (강의에서 직접적으로 “실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용어를 생각하며 영어를 쓰지 않는다.” “복잡한 이론이 틀린 것은 아니나 굳이 이론대로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계속해서 강조한다.)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하고, 문법의 개념은 최대한 가볍게 설명하려고 하는 점이 영어 노베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점이 아닐까 싶다. 또한 생소한 개념을 연달아서 설명하기보다는 곧바로 문장으로 들어가서 적용해 보는 식으로 대부분의 강의가 진행되는데, 이런 점도 노베들에게는 가장 적합한 강의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법이 해석을 위한 도구라면, 어려운 문법 용어를 정의내리는 데에 집중하는 것보다 해석 안에서 문법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해석을 할 수 있는 문법, 독해를 할 수 있는 문법에 가장 적합한 강의를 한다고 평가하고 싶다.

Q. 이충권은 관계대명사를 어떻게 설명할까?

“관계대명사는 두 문장을 연결시키고, 앞에 있는 명사를 대신 받는다고 하여 관계대명사인데….그런 말, 이론보다는 실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충권은 관계대명사를 설명할 때 문장 안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관계대명사는 무조건 앞에 명사가 오게 되어있다고 말하면서 여러 사례들을 나열하는데, 이런 예시들을 계속해서 가르침으로써 자동적으로 ‘관계대명사는 선행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다. 목적격 관계대명사, 주격관계대명사 등의 개념을 설명할 때도 용어를 말하지 않고 해석을 먼저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that 뒤에 동사가 나오면 “~ 하는”라고 해석하면 된다고 말한다. 즉 ‘해석’을 ‘용어’ 자체로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해석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강의하는 것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처음 문법공부를 하면 어려운 용어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문장 안에서 해석을 매끄럽게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이런 경우를 가장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짜투리 강평: 사투리가 조금 심하다. 영어 발음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Which를 휘치라고 발음한다. 갑자기 분위기가 20년 전 성문영문법으로 돌변한다) 판서는 이제껏 본 영어 강사중에 Top3 안에 들 정도로 깔끔하다. 강의 중에는 거의 잡담이나 농담을 하지 않는다.

이명학_일리

이명학의 가장 기초적인 문법강의는 ‘일리’다. 마치 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지만, 본인 스스로 ‘일리 있는’ 강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강의 소개에 따르면 “나도 문법 수업을 듣고 싶다” “혼자 해설서를 읽고 싶다” 고 생각하는 학생에게 적합한 강의라고 말한다. 문법 수업을 들으면 이해가 가지 않고, 해설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맞춘 강의인 것이다. 영어 자체 보다는 영어에 대한 공부법을 가르치는 강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명학은 앞서 분석한 이충권과 비슷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문법 이론 자체 보다는 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문법을 통해 해석을 어떻게 할지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때문에 수능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사장된 문법은 강의에서 제외시켰고, 본인의 강의는 정확하고 올바른 답을 고르기 위한 실전적인 강의라고 설명한다. 강의는 총 23강으로 대부분의 강의 시간이 50~60분으로 맞춰져있고 제목이 통일되어있어 강의의 내용 뿐만 아니라 구성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듯 한 인상을 준다. 본인이 어떤 문법 개념을 설명하더라도 단어-구-절로 이어지는 문법 틀을 사용하여 설명을 하기 때문에 강의 제목 또한 이에 맞춰져있다.

이명학의 일리 강의는 비교적 평이 엇갈리는 편이다. 전반적인 강의 자체가 상위권에 초점을 맞춘 강의라는 평도 있고, 반대로 문법 초보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강의를 들어보니, 모순되지만 두 평가 모두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학의 강의 방식은 학교에서 내신 수업을 공부해 온 학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의 내신 공부가 문장성분/구와 절/관계대명사/수/ 태, 시제/ 등의 주요 문법 개념을 따로따로 외우고 암기하는 공부법이었다면 이명학의 일리 강의는 문법의 ‘틀’을 위주로 가르쳐주는 강의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처음 강의를 접하게 된다면 기존 문법 강의와 다른 설명을 하기 때문에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동사’를 가르칠 때에도 굉장히 신선한 방식으로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강사들은 동사를 설명할 때 동사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 의미와 예시가 무엇인지 등의 ‘설명’부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이명학은 설명에 앞서 동사의 이름(be 동사, 조동사, 일반동사)과 쓰임(자동사, 타동사, 지각동사 등)을 확실하게 구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동사의 이름과 문장 안에서의 쓰임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고 생각해 본적도 없을 것이다.)

종합하자면 이명학의 일리 강의는 각각의 문법 개념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을 왜 배우는지, 어디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인지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추천할 만한 강의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문법의 개념을 쉽고 자세하게 다시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강의일지도 모른다.

Q. 이명학은 관계대명사를 어떻게 설명할까?

“관계대명사라고 하면 주격 소유격 목적격 줄여서 주·소·목 이런 것만 외우지 마시고 원리부터 이해하세요”
이명학의 강의 목록을 살펴보면 ‘관계대명사’가 없다. 어찌보면 수능에서 가장 중요한 문법 파트 중 하나이지만, 관계대명사는 ‘절’ 이라는 강의 안에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이명학은 관계대명사를 설명하기에 앞서 절의 개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 후, 절의 한 종류인 형용사절을 이끄는 것이 관계대명사임을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형용사절은 형용사의 역할을 하는 절이므로 앞에 꾸밈을 받는 명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을 통해 선행사의 필요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설명하게 된다. 절과 관계대명사를 따로 설명하면 별도의 개념이 되어 절 안에서 관계대명사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놓치기 쉬운데, 함께 설명함으로써 문법 체계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짜투리 강의평: 목소리와 발성이 좋다. 중간중간 농담이나 유머가 있으나, 나긋나긋한 목소리 때문인지 가끔 졸립다.

전홍철_30일 막장구원 프로젝트

막장을 구원한다’는 상당히 화려한 강의 제목 때문인지, 전홍철의 강의도 문법 초보학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는 편이다. 막장구원 프로젝트는 전홍철 강의의 가장 기초 강의로, 강의 소개에 따르면 성적이 불안한 수험생, 영어 3등급 이하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다. 강의는 총 30강이며, 문법 19강과 구문 11강으로 구성되어있다. 앞서 설명한 두 강사와 더불어 전홍철 역시 문법과 구문을 한 강좌에 담아 함께 강의하고 있다. 전홍철은 스스로 자기 강의에 대해 ‘인강계에서 가장 쉬운 영문법’이라고 소개하는데, 본인의 강의를 통해 처음으로 어법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최근 수능 트렌드에 따라 대부분의 강사들은 ‘문법만을 위한’ 강의보다는 독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딱딱한 문법을 쉽게 풀어서 가르치거나, 문법을 해석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가르치고 있다. 전홍철 강의는 문법을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좋았으나, 암기를 강요하는 문법 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홍철의 강의 스타일은 그동안 우리가 친숙하게 접해온 문법 공부의 방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반영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문법의 내용을 다시한번 쉽게 정리해주고 암기할 부분을 확실하게 강조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강의를 들어보니 교재나 강의에 사용하는 PPT의 구성이 잘 짜여져 있어 문법을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리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학생이 암기형 공부에 익숙한 스타일이라면 전홍철의 강의를 통해 문법을 정리하고 암기하는 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리하자면 전홍철의 강의는 문법의 용어 자체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완전 노베이스의 학생이나, 시험에 출제되는 문법을 암기하기보다 문법 자체의 쓰임을 먼저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추천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문법에 대한 중요 포인트를 짚어주거나 빈출되는 부분을 적절하게 강조해주기 때문에, 문법을 처음 접하는 학생보다는 세밀하게 문법을 복습하고 중요 출제포인트를 알고 싶은 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전홍철은 관계대명사를 어떻게 설명할까?

전홍철은 관계대명사와 선행사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 먼저 해설한다. 가르치는 방식 자체는 중학교 때 우리가 선생님께 배우던 스타일과 거의 다르지 않다.
I have a problem + It makes me tired
= I have a problem and it makes me tired.
= I have a problem which makes me tired.

관계대명사의 종류와 용법들을 설명할 때 표를 이용하여 설명하는데, 사실상 표에 대한 암기를 상당히 강조한다. 주격, 목적격, 소유격 관계대명사의 원리를 설명하기보다 시험에 출제되는 포인트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는 편이다. 따라서 관계대명사가 시험에서 어떻게 출제되는지, 관계대명사에서도 특히 어떤 파트가 중요하게 출제되는지 알고 싶은 학생들이 들으면 좋을 강의일 것이다.

짜투리 강평: 목소리가 다소 높은 편이고 발성이 좋아 귀에 쏙쏙 박힌다. 수업의 집중도가 높아질 것 같다. 중간중간 유머가 섞여있어 졸리지 않고 쓴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라 자극을 받고싶은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이런 학생에게 추천합니다

학생들마다 영문법에 대한 고민은 다를 것이다. 어떤 학생은 영문법의 용어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상태일수도 있고, 어떤 학생은 어려운 문법 개념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워 할 지 모른다. 또한 영문법의 체계를 다시 체계적으로 세우고 싶은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모든 학생들이 영문법에 있어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각 고민별로 추천할만한 강의를 정리해보았다.

-만약 영문법에 대한 용어가 익숙하지 않고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기초강의가 듣고 싶은 학생이라면, 이충권의 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고, 접근하기 쉬운 사례에 바로 적용해보는 방식의 강의를 통해 영문법에 대한 탄탄한 기본기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영문법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문장안에서 문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학생들에게는이명학의 강의를 추천한다. 지엽적인 개념을 먼저 암기하는 것보다 문법에 대한 체계적인 구조를 먼저 익힌다면, 구문을 독해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문법의 기본 개념은 어느정도 익숙하지만 시험에 출제되는 중요 포인트를 놓치거나 암기할 부분을 파악하지 못해 문제를 계속 틀리는 학생은 전홍철의 강의를 듣는 것이 좋다. 강의에서 꼼꼼하게 짚어주는 주요 개념들을 반복하여 공부한다면, 금세 영문법 노베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