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럽 여행을 가던 날, 설렘으로 가득할 것 같았던 전날 밤은 예상보다 험난했다. 집을 떠나 인천공항을 가는 순간을 상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짐은 잘 부칠 수 있겠지. 면세점은 어디 있더라. 출국장을 못 찾으면 어떡하지. 혹시 비행기가 연착된다면 어쩌나. 비행기에서 한숨이라도 자야 할 텐데. 몇 달 동안 여행을 준비하면서 12시간의 긴 비행 후 독일 땅에 도착해있을 나를 수없이 상상해왔지만, 막상 때가 되니 낯선 땅에 있을 내가 그렇게 두렵고 불안할 수 없었다.

불안한 밤을 새우다시피 보내고 나는 여행의 순간에 올랐다. 인천공항 출국장을 무사히 통과하고 긴 비행 끝에 여행을 시작했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긴장으로 가득한 낯선 상황에서 정신없이 길을 찾고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던 그때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첫 여행의 순간은 예상했던 만큼 불안했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나니 그제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흔히 삶은 여행에 비유되곤 하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로선 공감하기 어려웠다. 모두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닌가. 인생은 지루했지만 여행은 언제나 설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여행에서 무엇을 얻는지를 생각해보면 저 말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아무리 낯설고 두려운 감정이라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낯섦의 적응 과정을 지나고 나면, 어느덧 우리는 자신만의 진정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모두의 삶도 마찬가지다. 첫 시험, 첫 면접, 첫 출근. 모두 낯설고 두렵게만 느껴지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낯선 것들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다.

이번 월간 정성민 10월호의 주제는 ‘낯섦’이다. 유독 변화가 많은 이번 입시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낯설고 불안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영원하지 않으며 찰나의 것이다. 낯섦을 견디다보면 어느덧 입시의 여정은 끝이 나고 자신만의 결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10월호 <입사관의 눈>에서는 수험생들이 낯설게 느끼는 논술, 구술, MMI 등 대학별 고사의 준비법을 담아보았다. 논술 합격생의 인터뷰를 통해서 논술시험 당시의 긴장감을 생생히 느껴볼 수도 있다. <Bibliotheca>에서는 낯선 연출 기법을 통해 화가 고흐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영화, ‘고흐-영원의 문에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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