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능은 선물이 아니야.”

어느 날 갑자기, 열다섯 마리의 개들이 지능을 갖게 되었다. 술집에서 시작된 아폴론과 헤르메스의 언쟁이 시작이었다. 헤르메스는 동물이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하자, 아폴론은 지능을 갖게 된 동물은 훨씬 더 불행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능은 쓸모없는 골칫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흔한 형제 싸움은 내기로 이어졌다.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된 동물 중 단 하나라도 죽는 순간에 행복하다면 헤르메스의 승리, 그렇지 않다면 아폴론의 승리이다. 그렇게 열다섯 마리 개들의 세상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그 개들에게 지능은 저주였을까 선물이었을까?

소설 「열다섯 마리 개」 는 신들의 내기에 휘말려 지능을 부여받게 된 개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화(寓話)이다. 우화의 속성이 그러하듯, 이 소설 역시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회의 약점을 꼬집는다. 당연히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왔던 지능, 그 지능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에게 전달되자, 개의 삶과 사회는 순식간에 변화한다. 그 변화는 인간 사회가 ‘지능’의 힘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 양상과 똑 닮아있다.

지적인 우월함, 그 허상

인간처럼 복잡한 사고가 가능해진 개들은 더 이상 ‘평범한’ 개처럼 살 수 없어진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다양해진 것이다. 그게 따라 개들의 무리 안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어떤 개들은 새로운 변화를 덤덤히 수용한다. 어떤 개는 더 나아가 예술성을 드러내고 형이상학적인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나 어떤 개들은 ‘개답지 못한 모습’이 생존을 위협한다고 판단하여 ‘순수한 개’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변화는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은 점점 격화된다. 결국, 일부 개들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반대파를 제거하고 무리를 점령하기에 이른다. 우위를 장악한 개들은 강력한 힘을 과시하며 무리를 복종시키고, 계급을 나누어 안정을 도모한다. 그것이 다른 개들로부터 무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했던 인간들의 모습은 작중 개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새로운 기술, 언어, 예술 형식을 비롯하여 다채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늘 갈등을 야기했다. 변화를 주도하는 이와 변화를 수용하는 이, 변화에 따르지 못하거나 이내 거부하는 이로 나뉜 인간들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애쓰는가 하면, 극단적인 방법으로 갈등 자체를 은폐하려 들기도 했다. 그 결과, 사회에서 추방당하고 계급 갈등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도 생겨났다. 작품이 묘사하는 개들의 변화는 인간 사회가 지능의 힘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갈등과 폐해를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신’의 모습 역시 흥미롭다. 초월적 위치에 자리한 신들은 잘난 듯이 인간과 개의 삶을 비교하고 평가하려 들지만, 그들 역시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한다. 신들은 내기에 이기기 위해 규칙을 어기고 개들의 삶에 개입하는가 하면, 무고한 개에게 화풀이라도 하듯 훼방을 놓곤 한다. 더 나아가, 내기를 주도한 신들 조차 ‘죽음’과 ‘행복’의 개념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은 우습다 못해 처연하게까지 느껴진다. 신들의 변덕에 휘말린 개들은 뜻하지 않은 변화로 고통을 겪었지만, 신들조차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몰랐던 셈이다. 그렇게 ‘초월적인 존재’라는 허영심에 갇힌 신들은 피조물들을 불행에 빠트리는 어리석은 행위를 거듭한다.

이 대목에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를 읽어낼 수 있다. 흔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불린다. 지능을 가진 인간은 배타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지구상에서 가장 우월한 존재라 자부하기에 이르렀으며, 오늘날까지 지구의 주인인 양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만한 생각일 뿐이다. 작품이 묘사하는 신들의 미숙한 행위들은 ‘지구의 주인’이라 자칭하는 인간의 허상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는 허영과 오만에 갇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말이다.

“지능은 다루기 까다로운 선물이야.”

‘지적 능력이 행복한 삶을 담보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유구한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 누군가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누군가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며 한탄하기도 한다. 사실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알아가는 기쁨이 있는가 하면, 무언가를 알게 된 탓에 괴로운 순간도 있다. 무지가 손해로 이어지기도, 평온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한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열다섯 마리 개」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을 제시한다. 지능의 획득이라는 거대한 변혁 앞에서, 열다섯 마리의 개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나름의 방식으로 지능을 받아들이고, 그 지능을 활용하여 살아간다. 지능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개들도, 지능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개들도 있었다. 그에 따라 개들의 삶은 다양한 형태의 종말을 맞게 된다. 지능의 유의미함, 그리고 지능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각각의 개들이 내린 판단과 행위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의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바로, ‘무엇’ 보다는 ‘어떻게’가 중요하며, ‘나’에게 부여된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여 살아갈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는 점이다. 지능이라는 다루기 까다로운 능력을 ‘선물’로 만들지, ‘쓸모없는 골칫거리로’ 만들지 역시, 주체적인 사고와 성찰 그리고 행동에 달려있다.

책 소개

제목: 「열다섯 마리 개」

저자: 앙드레 알렉시스

출판사: 삐삐북스

출간일: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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