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은 늘 그래왔다?

소셜 미디어 중독에 대한 이야기, 어쩌면 지겨울지도 모른다. 그저 취미로 할 뿐인데, 그냥 재미일 뿐인데, 잠깐 친구들과 소통할 뿐인데, 왜 소소한 취미조차 즐길 수 없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스마트폰 중독이 질병이며 치료를 요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조차 남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나는 어떤 병에 걸리거나 중독된 것이 아니라고, 그냥 남들 하는 만큼만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것의 등장은 늘 그래왔는데, 비판하는 사람들이 유난스러운 것이라고. 인쇄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누군가는 인쇄술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망칠 것이라고 했다. 신문이 처음 나왔을 때, 황색신문(yellow paper, 선정적인 기사를 주로 다루는 신문)이 쏟아내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사회를 망칠 것이라고 했다. TV가 처음 나왔을 때, 아이들을 망치는 ‘바보상자’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곧 새로운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미 기술의 변화를 겪어왔고, 다만 그중 하나가 소셜미디어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능동성이 새로운 기술보다 강하며, 지금 이 상황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정말 그럴까?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소셜 미디어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술이며, 개인은 결코 이 기술의 압도적인 힘을 능동적으로 컨트롤할 수 없다고 말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에 휘둘린다는 것일 겁니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컴퓨터 연산 능력은 대략 1조 배나 상승했습니다. 그 어떤 기술도 이런 속도로 발전한 게 없습니다. 자동차는 겨우 두 배 정도 빨라졌고 다른 건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리와 두뇌는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 RANDIMA (RANDY) FERNANDO (NVIDIA Former Product Manager)-

미래에는 유전 공학으로 새로운 인간을 개발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뇌라는 하드웨어 안에 살고 그 뇌는 수백만 년이나 된 겁니다. 그런데 여기 화면이 있고 그 화면 반대편에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슈퍼컴퓨터들이 당신의 목표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그 게임에서 누가 이길까요?”

-TRISTAN HARRIS (Google Former Design Ethicist)-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이 영상에서 경고하는 이들은 기술반대론자들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서 그저 비판만 내뱉는 사람들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와 인공지능을 다루는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먼저 소셜 미디어를 개발하고 운영하며 연구한 사람들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등에서 중역을 맡았던 실리콘 밸리의 전문가들은 양심 고백이라도 하듯 앞장서서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과 그것이 야기하는 사회적 딜레마에 대해 경고한다. 그들의 눈빛에는 엄중함이, 안타까움이, 그리고 간절함이 담겨있다.

“우린 그 동전의 앞면에 너무 혹했던 거예요.”

소셜 미디어와 플랫폼의 발달이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준 것 또한 사실이다. 어린 시절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게 된 사연, 장기나 혈액의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린 사연, 부조리한 폭력을 고발하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간 사연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해내었고, 실제로 그 모습은 긍정적이었다. 게다가 그 기술은 어마어마한 수익의 창출을 이뤄냈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돈까지 버는 일이라니. 그 우아하고 경이로운 결과에 모두가 현혹됐다. 그렇게 세상은 동전의 앞면만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다루어졌지만, 주요 골자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감시 자본주의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then you are the product.”

성공을 이루려면 선견지명이 필요하다. 그 선견지명을 갖기 위해서는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그 데이터는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플랫폼에 쌓여있다. 온라인에서 사용자가 하는 모든 행위는 데이터를 남기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시용자의 데이터를 감시하고 측정한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광고주들은 그 데이터를 원한다. 인간이 선물로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에 사용자가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이다.

2. 심리적, 정신적 문제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를 원한다. 그것은 무리를 지어 살며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연스레, 인간은 주변의 관심과 인정을 보상으로 여기며 살도록 진화되었다. 하지만 그 진화가 시시각각 달리는 댓글에 적응할 정도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급격한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 인간은 심리적 정서적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일례로, 이제 사람들은 필터를 입히지 않은 셀카를 찍지 않는다. 화면과 다른 실제 내 얼굴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내가 아닌 나의 사진을 미디어에 올리고는 반응을 기다리며 댓글 창을 새로 고침 한다. 그 반응은 인간의 정서를 요동치게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더 우울해졌고, 실제로 소셜 미디어의 보급 이후로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3. 가짜 뉴스, 그리고 허위 정보 사회

한때 우리는 스스로를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시대마저 지나갔다. 우리는 ‘허위 정보 사회’에 살고 있다. 실제 세계를 왜곡하는 정보들이 ‘특정한 성향으로 분석된’ 사용자에게 집중적으로 전파된다. 그렇게 백인우월주의자와 ISIS의 테러가 동시에 일어나고, 전염병과 백신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정보들이 삽시간에 번져나가 ‘진실’이 된다. 지구 온난화는 허상이며 지구는 사실 네모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마저 누군가에게는 음모 속에 가려진 진실로 여겨진다. 이제는 어떠한 정보가 진실인지 사실인지 확인할 길도 요원하다.

“매트릭스를 자각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매트릭스에서 깨어나죠?”

이 영상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용자’를 비판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다만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사용자에게 경고하고 있다. 정말로 능동적으로 살아가려면, 새로운 기술에 그저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 이 사회와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사회가 정말로 ‘정상적’인 모습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이다. 스마트폰을 통하지 않고서는 친구와 대화할 수 없는 상황이 정상인지, 나를 찾는 알림이 없으면 불안하고 고립되는 마음을 느끼는 것이 정상인지, 내가 화면을 통해 보고 듣는 정보다 정말로 진실한 이야기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게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고,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매트릭스를 자각하지 못하는데 매트릭스에서 깨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작품소개

제목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 2020)

감독 제프 올롭스키(Jeff Orlowski)

내용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에 대하여 실리콘 밸리의 전문가들이 경고한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며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경고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영화이다.

정선희 작가
서강대학교 사학•신문방송학 학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연극영화전공 석사
교보문고 스토리 에이전시 소속 작가
소설 <연인 광복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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