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리포터 시리즈를 접한 건 초등학생이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 다니며 마법 주문을 외우는 영국 소년은 그 자체로 판타지였고, 나와는 구분되는 전혀 다른 세상의 친구였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는다고 하던데 그 시절 보통의 초등학생들은 딱딱한 번역의 초판본을 책이 닳도록 읽었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권이 나오는 날이면 많은 부모님들이 서점에 들러 책을 사 오셨다. (아들 딸이 스스로 책을 읽겠다고 하니 얼마나 기특했을까.) 그리고 그 초등학생들은 해리포터를 다시 읽고, 영화를 책과 비교해가며 러닝 타임의 제한 때문에 생략된 수많은 설정들에 가슴 아파하는 어른이 되었다.

처음 책을 읽어 내려갈 때는 과연 해리가 덤블도어도 없이 어떻게 볼드모트를 해치울 수 있을지 궁금해 그저 스토리를 따라가기 급급하기 때문에 촘촘한 설정들은 뒤로 미뤄두게 된다. 그리고 해피엔딩을 확인한 뒤, 그제서야 롤링 여사가 촘촘히 쌓아 올린 각 캐릭터들의 서사와 설정이 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해리포터는 결말을 알고 있어도 몇 번을 다시 읽게 하는 판타지의 고전이 되었다.

고전의 스테디셀러, 사랑

꾸준히 사랑받는 고전이 늘 그렇듯, 전 세대가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주제는 사랑이고 해리포터 역시 진실된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시리즈 내내 덤블도어는 해리와 불사조기사단,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볼드모트가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사랑의 위대함이 얼마다 대단한 지 역설한다. 그에게 맞서 싸울 유일한 무기는 위대한 지팡이도 아니고 살인도 아니며 그저 사랑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그 말 대로 해리는 엄마인 릴리의 희생정신으로 ‘그 사람’을 몰락시키고 살아남았다. 가장 위대한 고대 방어 마법인 사랑 덕에 살아남은 해리지만,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까지 가족들의 사랑 대신 학대를 받던 불행한 아이였다. 방학마다 프리빗 가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해리에게 귀가를 명하는 덤블도어 교수는 너무나 단호했고, 그것 또한 학대가 아닌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핏줄’ 이라는 보호막의 중요성을 알고 나면 프리빗가에 동생 부부의 부고와 함께 해리가 맡겨진 그 날 피튜니아도 자신의 하나뿐인 조카를 지키기 위해 본인 나름의 결심과 각오를 한 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한다. 해리가 자신의 시누이에게 마법을 걸고 자신의 아들이 ‘디멘터’에게 죽을 뻔한 상황에도 그녀는 덤블도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해리를 다시 받아주는 결정을 한다.

책의 막바지에 이르면 사랑을 무시한 볼드모트의 생각이 얼마나 교만했는지 다시 한번 드러난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으로 걸어 들어간 해리의 희생정신과 어둠의 주인의 충실한 개였던 말포이 가문의 배신은 결국 친구들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고, 이로 인해 볼드모트는 정말로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해리를 지켜준 가장 큰 사랑은 해리포터 대표 순정남으로 대표되는 스네이프의 순애보이다.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보통 부부는 암수 한 쌍의 패트로누스를 갖게 되는데, 해리의 아빠인 제임스의 패트로누스는 숫사슴이고, 엄마인 릴리의 패트로누스는 암사슴인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즉 사랑은 패트로누스에 큰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죽음의 성물에서 해리와 론을 그리핀도르의 칼로 인도한 암사슴 형태의 패트로누스는 굉장히 의미가 큰 복선이다.

릴리를 사랑해서 볼드모트의 가장 충직한 신하에서 이중 스파이로 전직한 스네이프의 패트로누스가 아직도 릴리의 패트로누스와 같은 암사슴이라는 것은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Lily… after all this time?’ 이라는 덤블도어의 질문에 ‘Always’라고 답한 스네이프는 자신이 증오하는 제임스를 빼다 박은 해리에게서 릴리의 눈동자를 찾으며 그를 보호하기 위해 결국 희생한다. 시리즈 중 가장 큰 반전인데, 실제로 작가는 작품이 완결되기 전 동명 영화에 캐스팅된 스네이프 역의 故앨런 릭먼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고 영화 촬영을 진행했다.

작가인 조앤 롤링은, 이렇게 진부한 소재인 사랑을 가지고 7권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시리즈를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켰으며, 스핀 오프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 사전(시리즈 5편 예정)>까지 점점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 외에도 해리와 친구들 다음 세대의 이야기인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가 공식적으로 조앤 롤링이 참여한 후속작이다. 앞으로 개봉할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와 여러 후속 작품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어질 해리포터 서평에서는 단순한 스토리 나열이 아니라 해리와 주변 인물, 상황에 대해 약 20년간 고민하고 생각해 본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평이란 본디 이 책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해야 하는데, 이미 영화로도 완결된 지 만 10년이 되어 가기 때문에 이 글을 포함해 앞으로의 글에서도 스포일러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영화만 보았던 사람들이나 어린 시절 책을 읽다 포기한 사람들, 혹은 이미 완독을 마친 ‘해덕’들에게 다시 한번 책을 펴게 한다면 이 서평은 그래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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