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응원이 필요할 때, 고전 읽기?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면 우리는 이런저런 다짐을 한다. 올해는 꼭 하루 공부 시간을 이만큼 달성해야지, 성적을 이만큼 올려야지, 다이어리를 매일 써야지, 운동을 꾸준히 해야지, 책을 몇 권 이상 읽어야지 등등…. 이러한 다짐은 목표가 되고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알찬 계획을 세우고 나면 당장 내일이라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해진다.

하지만, 때로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이 막막하게 느껴지곤 한다. 계획을 세웠으나 작심삼일로 돌아갔던 기억이나, 열심히 노력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목표는 분명한데, 그것을 위해 무엇을 먼저 시작하면 좋을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해진다. 나보다 이 길을 먼저 걸었던 사람, 나보다 이 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선배나 부모님, 선생님 등 멘토가 되어줄 이를 찾아 헤맨다. 그들에게 조언을 듣고 위로를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힘을 얻는다.

그런데 주변의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도 찾아온다. 가까운 지인의 위로가 너무나 멀게 느껴져 내 마음에 닿지 않거나, 주변 사람들도 혼란을 감내하고 있어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그러하다. 그럴 때, 생각지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위안과 조언을 얻은 경우가 있다. 책이나 영화, 음악 등의 것들, 특히 무수한 세월 동안 계속해서 빛을 발휘하고 있는 ‘고전’이 그러하다.

<페스트>를 다시 찾던 2020년의 사람들

작년 초를 떠올려보자. 2020년, 예상치 못한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미지의 전염병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는 팬데믹을 다루는 수많은 책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지만, 그 이전까지는 혼돈과 공포가 사람들을 잠식했다. 그때, 1947년에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출간된 지 70년이 훌쩍 넘은 이 작품을 읽으며 사람들은 깊은 공감을 했고 재앙에 대응하는 각양각색의 인물 군상을 경험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발 늦게 쏟아져 나온 최신 연구의 빈자리를 메워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고전이었다. 전염병과 재앙, 그에 따른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을 담은 고전을 통해 사람들은 미지의 영역을 마주할 심적 자산을 쌓을 수 있었다. 한 편의 고전이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이다.

고전 읽기의 필요성을 안다고 해도, 고전을 떠올리면 머리부터 지끈지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십 년, 몇백 년 전의 고리타분한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모두에게 이수은의 독서 에세이,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는 고전 읽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는 수많은 고전들 속에서 나의 상황에 잘 맞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참고 도서 목록이 되어준다. 오랜 시간 편집자로 일한 저자는 그간 자신이 읽은 책들에서 50여 권의 책을 골라내었다. 작가의 추천 목록에는 과학 서적, 현대 소설, 우화 등 다양한 책들과 더불어 고전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자칫 압박감이 들 수도 있지만, 저자는 ‘상황별로 어울리는 책’을 추천한다는 독특한 구성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 왜 나만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싶을 때는 <태평천하>를,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는 <우울과 몽상>을,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고 억울함이 가득할 때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권하는 식이다.

그렇게 저자가 제시한 목록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고전이 현재의 우리,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본질과 얼마나 가깝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나의 상황에 꼭 들어맞는 책을 발견했을 때는 반가운 마음이 들고, 평소의 나라면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에 눈길이 가기도 한다. 멀고 먼 옛날에 쓰인 글이 지금의 나에게 위안을 주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경험을 하며 고전이 가진 저력을 느껴볼 수도 있다.

조금 다른 시작

2021년을 마주한 우리의 모습은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르다. 2020년 내내 우리들의 일상을 잠식했던 혼란은 아직도 종식되지 않았고 여전히 앞날은 속 시원히 내다보이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새해의 시작을 두렵고 막막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모두가 혼란스럽기에 뾰족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나이에는 한 살이 더 해졌고 새로운 시작은 이미 찾아와버렸다.

하지만 이런 시기를 오직 우리만 겪은 것은 아니다. 먼 옛날, 어느 시절에는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잃거나 얻고, 깨닫고 극복한 사람들이 있다. 고전 읽기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깝게 만나볼 수 있다. 고전이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잊히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오늘날까지 아우를 수 있는 주제와 정서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 고전 읽기를 시작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 책을 대신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거기서 내가 읽고 싶은 고전을 만나고, 그 고전을 통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힘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작품 소개

제목: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저자: 이수은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20.10.15

정선희 작가
서강대학교 사학•신문방송학 학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연극영화전공 석사
교보문고 스토리 에이전시 소속 작가
소설 <연인 광복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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