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영어는 아주 재미있는 과목이다. 아니, 과목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그냥 하나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겠다. 요즘에는 TV나 인터넷, 스마트폰, 영화 등 일상 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어 영어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언어가 되었다. 이런 친숙함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영어를 어렵게만 느끼고 제대로 배워보려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영어 공부를 학교 공부처럼 대하는 태도에 있는 것 같다. ‘마블’ 영화를 즐겨보고 있다면, 넷플릭스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이미 일상에서 영어를 즐겁게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를 처음 접할 때 교과서의 내용을 읽고, 들으며 공부한다. 이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학교에서 배우는 한 과목으로만 영어를 대하기 때문에 하나의 언어로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방법은 아니라 생각된다. 좀 더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공부하기를 권한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면 더욱 좋다. 책 속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영어에 점차 익숙해지게 되고, 어느덧 영어를 읽는 일이 자신의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주는 음성까지 함께 듣는다면 금상첨화이다.

이 글에서는 재미있으면서도 영어 학습에 유익한 내용이 담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아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는 나이대 설정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기준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재밌게 책을 읽으면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글에서 소개하는 책을 권한다.

첫 번째로 추천할 책은 Francesca Simon이라는 영국 작가가 쓴 Horrid Henry 시리즈이다. 책의 정식 명칭은 다음과 같다.

Horrid Henry Series
by Francesca Simon, Illustrated by Tony Ross

출처: Lowplex.com

Horrid Henry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2천만부가 넘게 팔렸으며, 현재까지 25개 언어로 출간되었다. 한국어로도 출간된 적이 있지만, 인기가 없었던 것인지 절판되었고, 절판 후 재출간된 기록도 없다. 최근 2019년 Horrid Henry 시리즈 출간 25주년을 기념하여 Francesca Simon 작가와 Tony Ross가 다시 한 번 합작하여 25번째 권을 출간하였다.

Francesca Simon은 영국에서는 베스트셀러 아동 작가이다. 삽화 작가인 Tony Ross 또한 수많은 영국 유명 아동 작가의 삽화를 그린 검증된 작가이다. 개인적으로는 로알드 달 작가의 삽화를 그린 Quentin Blake 경 다음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간단한 그림체로 캐릭터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이다.

Horrid Henry 시리즈는 주인공인 헨리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책 속의 주요 인물은 헨리와 헨리의 남동생 피터, 그리고 헨리의 부모님과 학교 친구들, 선생님들이다. 간혹 헨리의 사촌이나 이모 등 다른 가족들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전 시리즈에서 헨리는 ‘Horrid’라는 이름에 걸맞게 끊임 없이 말썽을 피우는 악동으로 그려진다. 헨리가 피우는 말썽은 일반적으로는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와,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들도 많다. 저녁 식사 디저트로 준비된 땅콩과 케이크를 다 먹어버리기도 하고, 성격이 엄격한 이모가 놀러왔을 때 의자에 방귀 쿠션을 놓기도 하는 등 헨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말썽은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는 요소들은?

영어 학습에 있어 Horried Henry 시리즈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풍부한 형용사와 의성어, 의태어 사용이다. 대다수 등장 인물의 이름 앞에는 그 인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함께 쓰인다. 헨리는 지독한 말썽꾸러기이기 때문에 Horrid Henry이고, 헨리의 남동생 피터는 아주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이기 때문에 Perfect Peter이다. 아이들은 처음에 이 형용사들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으며 등장 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면 그것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말하지는 못해도 ‘대략 이런 뜻’이라는 의미 연상은 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의 단어 학습은 영어를 하나의 언어로서 자연스럽게 익혀나가는 과정으로, 매우 효과적인 영어학습법이라 생각된다.

Moody한 마가렛은 항상 짜증으로 가득 찬 소녀로 이런저런 불평을 자주 늘어놓는다. Moody라는 단어만큼 적합한 단어가 있을 수 없다. ‘뚜렷한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은’이라는 이 단어의 뜻은 마가렛의 성격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마가렛 옆에는 항상 Sour Susan이 함께 있다. Sour는 주로 ‘시큼한’ 맛을 나타내는 뜻으로 쓰이지만 성격을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된다. ‘뚱한, 시큰둥한, 심술궂은’ 수잔의 성격을 보면 Sour가 어떤 성격을 표현하는 말인지 자연스럽게 파악된다.

필자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 또한 Moody, Sour의 뜻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따로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도 책을 몇 권 읽다보니 그 단어들이 기분이 안 좋고 짜증이 많은 아이들의 성격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Horrid Henry 시리즈는 등장인물의 이름과 책 전체의 스토리 속에 다양한 형용사를 풍부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영어단어의 의미를 생생하고 섬세하게 스스로 깨우쳐 가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Horrid Henry 시리즈에는 의성어와 의태어 표현도 많이 나온다. 책을 읽다 보면 축구공을 차는 소리,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등 일상의 여러 상황을 표현하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출처: Horrid Henry and the Bogey Babysitter

위 내용은 헨리가 집에 찾아온 베이비시터와 어떤 TV 프로그램을 볼 것인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채널을 바꾸는 소리 ZAP부터 시작해서 TV에서 흘러나오는 탱고 음악 소리인 DA DOO, DA DOO DA, 그리고 리모컨을 빼앗는 Snatch까지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사용되고 있다. 특히, Snatch는 ‘(무언가를) 빼앗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동사이기도 하다. 이 장면을 통해 snatch가 리모컨을 빼앗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임을 기억하고 있다면 ‘Henry snatched the remote control from the sitter’s hands’와 같은 문장을 접했을 때도 snatch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Horrid Henry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은 일상적인 영어표현이 풍부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교과서 영어에서는 문법에 맞고 격식 있는 표현을 강조하기 때문에 생략이 많은 일상적 표현이나 구어 표현을 배울 기회가 적다. Horrid Henry 시리즈에는 일상적인 영어 표현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쓰이고 있다.

헨리는 어느 날 학교에서 독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짐작하다시피 이 대회는 말썽꾸러기 헨리와는 이미 거리가 먼 대회이다. 하지만 상품이 놀이공원 티켓이라고 한다. 관심이 생긴 헨리는 대회에 참가하려고 책을 읽으려 하지만, 역시나 책읽기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마지막 날이 된다. 이날 마음이 급해진 헨리에게 미리 책을 읽어둔 남동생 피터가 찾아와 약을 올린다.

“How many books have you read, Henry?”

헨리는 지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다. 이 상황에서 헨리가 어떻게 답했을까? 교과서적인 영어를 배웠다면 형식에 맞고 격식에 맞는 답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교과서 속 헨리는 다음과 같이 답했을 것이다.

“I have read many books!”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렇게 답하는 아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책 속의 헨리는 아주 간결하게 한 단어로 답한다.

“Tons!”

아주 많이 읽었음을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일상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실 일상에서 문법과 격식에 정확히 들어 맞는 표현이 쓰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책을 읽어 가면서 아이들은 딱딱하고 어려운 영어가 아닌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같은 의미를 가진 다양한 영어 표현을 익히기에도 매우 좋은 책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에는 이런 표현을 익히기 위해 ‘유의어’를 따로 외우게 한다.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특징이 일관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표현하는 단어들 또한 비슷한 의미를 지닌 것들이 많다. 이런 표현들을 읽다 보면 어느 듯 단어장에서 외워야 했던 수많은 유의어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책 속의 한 장면을 살펴보자.

헨리는 수업시간을 싫어하는 악동이다. 이런 헨리가 어느 날, 수업 시간에 그룹 활동을 하게 되었다.

“Horrid Henry scowled. He hated working in groups. He detested sharing. He loathed listening to others.”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scowl, detest, loath와 같은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헨리가 ‘working in groups’, ‘sharing’, ‘listening to others’를 싫어하는 성격의 아이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면 Hate와 detest, loath가 비슷한 의미의 단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scowl 또한 긍정적이지 않은 의미를 지닌 표현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는 헨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행동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영어 초보자들이 비슷한 의미의 다채로운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교재이다.

미국영어가 아닌 영국 영어를 배우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강한 단어의 사용’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단순히 문법에 맞는 영어를 구사하는 것 이상으로 멋지고 임팩트 있는 영어 표현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아래 예시를 보자.

He walked down the street.

여기서 ‘walk’는 어감이 약한 단어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누구나 구사할 수 있는’, ‘특징이 없는’, ‘개성이 없는’ 문장이다. 이 개성 없는 약한 동사인 walk를 대신하는 ‘strong verb(강한 동사)’들이 있다. walk 말고 stroll, amble을 써보자.

He strode along the street.
He ambled down the street.

좀 더 임팩트 있는 문장이 되었다. 이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이 약간은 다르게 표현된다.

He walked down the street. 그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갔다.’

He strode along the street. 그는 그 길을 따라 거닐었다.’

‘He ambled down the street. 그는 그 길을 따라 유유히 걸어갔다.’

강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더 섬세한 표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런 strong verb들은 문장을 더 짧고 강렬하게 바꿔주기도 한다. 다음 예시를 보자.

The fox ran quickly through the woods.

‘Ran quickly’를 ‘dash‘로 바꿔 보자.

The fox dashed through the woods.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문장이 되었다.

영국식 영어의 장점은 이런 strong verb의 사용이 많다는 것이다. Horrid Henry도 아동 도서이지만 영국식 영어이기 때문에 이런 강한 어휘들이 책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화가 난 부모’를 ‘Angry parent’가 아닌 ‘Demented parent’로 표현하기도 하고, ‘소리치다’를 ‘shout‘ 대신 ’bellow’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어휘들은 아이들이 훗날 자신이 배운 영어를 말과 글로 구사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다음과 같이 읽는다면 재미있게 이야기를 즐기면서 영어 실력도 자연스럽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1. 먼저 오디오 테이프는 필수다. 꼭 함께 구매해야 한다. 그리 비싸지 않다. 영국식 발음으로 읽어주기 때문에 듣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성우의 연기도 일품이다.

2.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오디오를 틀고 오디오가 읽어주는 대로 눈으로 글을 따라 읽어라. 그냥 편하게 들으면 된다. 단어를 외우려 하거나 문장을 정확히 해석하려 하지 말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보며 즐기면서 읽어라. 이런 식으로 3번만 듣자.

3. 다음에는 단어를 몰라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오디오와 함께 책을 읽자.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찾아본다. 전체적인 스토리 안에서 단어를 익혀야 단어의 의미가 더 생생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모르는 단어를 따로 단어장에 적어서 정리한 다음 한꺼번에 사전을 찾아 보지 말고 모르는 단어가 눈에 띌 때마다 바로 찾아서 뜻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의 발음도 잘 기억해 두도록 하자.

4. 이제는 오디오를 들으면서 그 속도에 맞게 소리 내어 같이 읽어보자. 대부분 짤막한 이야기이고, 오디오가 읽어주는 속도도 빠르지 않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발음도 자연스럽게 교정된다.

5. 마지막으로 자거나 밥을 먹을 때 그냥 오디오를 틀어 놓자. 소리를 들으면 책의 내용과 그림들이 굳이 생각해 내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따라 읽으면서 영국식 발음을 익혀 가는 것은 또 다른 재미거리다. 한권 한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시리즈 25권을 다 모으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클래식이 한국에서도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접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재윤
다원교육 입시연구소 연구원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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