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을 이미 겪은 사람들에게 학창 시절은 그리운 때로 묘사되고는 한다. ‘그때가 좋을 때다.’, ‘지금이 행복한 줄로만 알아라’라는 말들은 모두 ‘그 때’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가정과 학교의 보호 속에서 오롯이 ‘공부’ 하나만 하면 된다는 그 시간을 어른이 되어 돌이켜 보면 단순하고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이런 미화 속에서 우린 종종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다. 학생들에게 그 시간은 추억이 아니라 치열한 현재라는 것이다. <<다행히 졸업>>은 바로 그런 치열함을 상기시킨다. 때론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론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폭력적이기도 한 삶의 현장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책 속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학교를 다녀본 누구라도, 학생들뿐만 아니라 사회인들도 학창 시절의 고통에 대해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다루는 것

다양한 나이대의 9명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시간 속의 학창시절을 그렸다. 가장 가까운 2015년에서 시작해 19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실적이면서 색다른 어려움과 갈등을 겪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는 학교가 급식 비리 사건에 휘말리면서 갈등이 전개된다. 이 때, 학생들의 서로 다른 대처 방식이 돋보인다. 기준은 적극적으로 학교의 실태를 고발하고자 하며 호웅은 대입 면접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주인공 제문은 이 둘의 사이에서 과연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고3을 보내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야자를 튀고 축구를 보러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한 마디를 던진다. “그놈의 ‘현재’. 대학 가서 즐겨라잉. 너거덜은 시간이 멈췄다고 생각혀, 번데기처럼.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번데기 기간이 일 년이 될지, 더 늘어날지 정해지는 겨.”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한마디에도 이리저리 흔들렸을 고3들의 심경이 그려진다.

1995년 배경의 <비겁의 발견>은 5.31 교육 개혁안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이 작품은 ‘변화’가 아주 흔한 것임을 잘 짚어내고 있다. 교육부는 매년 입시 정책을 바꾸고, 학생들은 그에 맞춰 공부를 해야 한다. 본고사가 폐지되고 종합 생활계획부 즉 학교 내신과 석차가 중요한 요소로 바뀌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느꼈을 혼란과 어려움은 지금의 학생들에게도 계속되고 있다.

책을 대하는 자세

사진 출처: 열여덟의 순간 1화

당신의 학창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

<<다행히 졸업>>은 이 질문에 대한 9개의 답변이라 할 수 있다. 다소 ‘거지 같은’ 학창시절을 보낸 작가들은 각기 다른 시대의 얘기를 하고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어쨌거나 모두들 학창시절을 ‘버텨냈다’는 것이다.

지금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독자라면 가장 최근 배경의 <새들은 나는 것이 즐거울까>를 제외하고는 피부로 와닿는 소재는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교육 정책, 주변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거지 같음’을 버티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본인의 가치관을 확립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내가 한 선택에 대한 후회도 남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교육 제도가 바뀌더라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기준에 몰두하고 본인의 스토리를 쌓아간다면 여러분을 평가하는 그 어떤 사람이든 그것을 알아줄 것이다.

그렇다면 나만의 가치관은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아주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독서가 중요하다. ‘나만의’ 가치관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것이다. 책은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는 좋은 자양분이다.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하자면, 강영계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가치관 에세이>>를 추천하고 싶다.


작가: 강영계 교수

대체 무엇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하라는 건지 막막하다면 이 책이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이슈들과 관련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여전히 스스로 생각하는 게 어렵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들의 생각을 참고하면 된다. 그들의 생각을 100%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꼭 동의해야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이들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여러분 나름대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리고 책 속의 철학자들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며 함께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좀더 단단한 가치관을 가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4장에서 저자는 개성과 유행 중 개성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한다. 유행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개성이야말로 개인의 독자성과 자유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삶을 여기에 대입한다면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가 유행 같은 것이 아닐까? 외부에서 만들어진 조건에 수동적으로 반응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방향키를 쥔 개성 있는 인간이길 고민하다 보면 학창시절의 거지같음도, 입시 경쟁의 지옥같음도 이겨낼 힘을 얻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입시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학생, 지금 당장 수험생인 학생 모두 멘탈 관리가 절실한 때이다. 그 고민이 대입이던, 더 먼 미래이던,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학생들의 무사 졸업을 기원한다.

-다원교육 입시연구소 권재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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