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쓸모없다?

근대 이후, 경제적 원리는 인간 사회를 조직하는 핵심축의 하나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대책을 찾는 데 분주하고,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지원자들 중 우수한 인재를 골라내 그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학생들은 최신형 휴대폰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직장인들은 여유자금을 주식 · 펀드 · 채권 중 어떤 것에 투자하는 게 좋을지를 저울질한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현대인의 삶에서 경제적 의사결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음을 단언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사람들이 ‘경제’를 하나의 실체로 의식하게 될 때 보이는 반응은 무척 흥미롭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뉴스를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 관한 협상이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에 대해 동의하는가, 반대하는가? 이런 질문에 직면할 때마다 사람들은 난처한 미소를 짓거나 뒷걸음질친다.

문제의 핵심은 경제가 작동하는 원리가 복잡해 보인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 원리를 탐구하여 경제의 흐름을 예측하고자 하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인데, 유감스럽게도 현대 경제의 변형 및 발달 속도는 너무나 빨라져서 어중간한 경제학적 소양으로는 경제 흐름의 일부분도 포착하기 어렵게 되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 전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해도 경제를 알 수 없다면, 무엇하러 그러한 수고를 들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의 입지는 탄탄하다. 많은 학생들이 경제학과에 진학하기를 원하며 경제학적 지식이 자신들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는 현대 사회를 조직하는 핵심 원리 중 하나이다. 경제학을 공부한다면 나의 능력으로 거시적 차원의 세계 경제 동향을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건강보험에 가입할 때 내 병력에 관한 증명서를 왜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제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도 경제학의 유용성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경제(학)에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된 학생이라면, 『경제학 콘서트』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저자 팀 하포드는 이 책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의 경제원리를 단순히 포착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차원의 접근, 즉 어떻게 하면 주변 현상과 사물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지를 선보이는 데에 주력한다. 저명한 경제 저널리스트로서 사람들이 경제(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운 바 있는 그의 경력을 감안하면 이 책은 깊이 있는 경제학으로의 여정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지침서와 같다.

『경제학 콘서트』에 보내는 찬사

친절한 설명

『경제학 콘서트』에서 단연 돋보이는 점은, 쉽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그렇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을 고려할 때, 난해한 개념이나 이론, 모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을 펼쳐 보지 않더라도 그 뒷 표지에 쓰여 있는 “경제학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숨어 있을까?”라는 문구만으로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설명 대상이 아니라, 그 ‘설명’을 어떻게 풀어내는가이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는 저자의 역량, 더 나아가, 이 책을 읽는 데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경제학 콘서트』가 독자를 실망시킬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은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뿐 아니라 경제학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놀라움을 안겨주기 충분한데, 저자인 하포드가 책 곳곳에서 ‘어려운 것을 이렇게도 쉽게 설명하는’ 마술을 부려놓았기 때문이다. 경제모형의 복잡한 가정과 전제, 논리 전개 과정 등은 이 책에서 전혀 보이지 않으며, 문외한의 직관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례들 및 친절한 설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완전경쟁시장(‘자유시장’)에 대한 서술 일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유시장에서의 거래를 생각해 보자. 자유시장에서 거래한다는 것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만, 무엇이든 거래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사기나 협박 기타 강제수단에 의해 이뤄지는 거래는 없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은 그 상품에 관한 모종의 ‘진실’을 반드시 드러내게 된다. 이때의 진실이란 그 상품에 대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각각 부여하는 가치에 대한 정보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어떤 상품의 구매 가격보다 가치가 적다면 구매자들은 그 상품을 사지 않고, 가치보다 판매 가격이 낮다면 판매자들은 그 상품을 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유로운 거래와 선택은 구매자와 판매자 각각의 선호 및 우선순위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며, 거래 횟수가 증가할수록 시장가격은 이러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게 된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92센트라고 하면, 이는 두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 첫째, 구매자가 92센트로 살 수 있는 모든 것 중 가장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은 커피 한 잔이다. 그렇지 않다면 커피 대신 다른 것을 구입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커피 한 잔 생산 및 판매에 소요되는 비용은 92센트 이하이다. 그렇지 않다면 생산자/판매자는 커피를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높은 가격에 팔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 설명에는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 지불용의(Willingess to pay), 현시선호이론(Theory of revealed preference), 한계비용(Marginal cost) 등 여러 경제학적 개념과 이론이 두루 반영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용어들을 모르더라도, 어디 하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가?

합리적인 분석

『경제학 콘서트』를 읽으면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평범한 사례로부터 의미 있는 경제학적 결론을 추출하는 방식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쉬운 설명을 통해 논리적 기반을 다져 놓은 다음에 수긍할 만한 주장이 제시된다. 하포드는 비록 영국인이지만, 그중 몇몇은 한국의 상황에도 적용해 볼 만한 여지가 있다.

그는 슈퍼마켓 · 은행 · 제약회사 등과의 거래에서 바가지를 쓰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면, 각 산업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부터 알아볼 것을 권한다. 특정 기업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두 가지 가능성을 의미한다. 정말로 훌륭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굳건한 진입장벽으로 인한 지대(rent)를 향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선호를 꾸준히 유지할 만한 품질의 제품/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도 낮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한국인들은 새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마다 바가지를 쓰고 있을 확률이 높다.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모두 소수의 기업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과점시장(oligopoly)이기 때문이다.

『경제학 콘서트』에 따르면, 경제학적 시각은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도 유용할 수 있다. 휘핑크림이나 우유의 함량, 혹은 컵의 크기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이 매겨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커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나 노력이 종류마다 다르다거나, 큰 컵에 든 커피를 마시는 데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니 테이블 공간을 차지하는 비용 역시 추가되었다는 주장 등이 흔히 나오는 대답이다.

하포드가 보기에 이러한 답변들은 모두 본질을 비껴간 것이다. 개별 커피 가격에서 원자재 구입 원가의 비중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적으며, 서로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노력 역시 크지 않다(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게다가 레귤러 사이즈를 마시는 대신 라지 사이즈를 마시기 위해 지불하는 추가 비용은 매장 내에서 마시든,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마시든 동일하다. 따라서 테이블 공간을 차지하는 비용이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커피들에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순전히 고객 스스로 자신의 지불용의를 표명하도록 유도하는 가격차별 전략이라는 게 하포드의 결론이다.

『경제학 콘서트』를 읽는 방법

『경제학 콘서트』는 경제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학생이든, 어느 정도 배경지식을 갖춘 학생이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집필되었으니 망설일 필요 없이 책장을 넘겨도 좋다. 이 책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경제학적 시각에 의해 따져보더라도, 이 책은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다만, 『경제학 콘서트』를 읽는 학생의 경제적 소양에 따라 책을 읽을 때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

경제학을 전혀 모르는 학생이라면, 각각의 서술에서 드러나는 경제학의 기본 아이디어에 집중하면서 읽어 보도록 하자. 이 책을 통해 경제학에 친숙해질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간을 투자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하포드는 차액지대론을 설명하는 도입부에서 필요한 자원을 소유한 사람이 반드시 힘을 지닌 것은 아니라고 썼다. 거래에서의 주도권은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희소할수록 더 귀한 취급을 받는다.

또한, 임대 아파트의 가구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을 갖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가구의 품질은 세입자가 실제로 그 집에서 생활하기 전까지는 쉽게 알 수 없는 특성이므로 집주인으로서는 굳이 좋은 가구를 사서 넣을 필요가 없다. 또한, 집주인은 세입자가 가구를 소중하게 다룰 것인지를 쉽게 관찰하기 어려우므로, 좋은 가구를 넣더라도 금방 망가질 것을 염려한다. 여기서는 각 경제주체가 자신의 편익과 비용을 따져보고 행동하며, 거래 상대방의 행동 역시 계산 범주에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충분하다. 거래 당사자 간 정보의 분포가 당사자들의 실제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는 점까지 생각해 보았다면 더욱 좋다.

어느 정도 경제학적 배경지식을 갖춘 학생이라면, 다음 두 가지 방식을 권한다.

첫째, 이 책에서 쉽게 설명한 경제 현상을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 이론, 모형과 연결해 역추론하는 방식으로 읽는다. 특히, 내용상 편의를 위해 저자가 생략한 가정이나 논리적 연결고리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하포드는 스타벅스 카푸치노 한 잔에 2.55달러나 하는 것은 주변에는 카푸치노 한 잔에 2달러인 가게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생략된 가정은 무엇인가? 커피 소비자의 수요함수가 커피 가격의 감소함수라는 것이다. 실제의 모형 분석에서 활용되는 수요함수가 (해당 상품의) 가격 외에도 소비자의 소득, 소비자의 기호, 대체재의 가격 등에 의해 결정되는 다변수 함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무척 간소화된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제학 콘서트』의 4장에서는 외부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의 당사자들이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상할 수 있다면 그 외부효과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코즈의 정리(Coase theorem)를 쉽게 풀어쓴 것이다.

둘째, 저자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없는지 검토하면서 읽는다. 이때의 의문이란, 경제학적 논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그 결론의 현실적 타당성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독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가격차별에 대한 서술에서 하포드는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상품의 포장이 조악한 것은 의도적인 것이며, 상대적으로 더 비싼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이 서술은 제2급 가격차별(Second-class Price discrimination)을 설명하기 위한 것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정말로 타당한가? 더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여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 상품을 아예 진열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상품을 만들고 운송하여 포장한 후 진열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선택지를 고르도록 유도하고 싶다면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 덜 매력적인 다른 선택지를 옆에 놓아두는 것보다, 아예 다른 선택지 모두를 없애 버리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실제로 대형마트에 가 보면 자체 브랜드 상품의 포장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꽤 깔끔하다. 이러한 의문이 발생한다는 점은 단순히 가격차별의 틀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유통업체는 자체 브랜드 상품의 우수한 품질을 통해 해당 유통업체의 브랜드가치를 제고하려고 할 수도 있고, 자체 브랜드 상품의 시장점유율을 점차 높여감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생산과 유통 간 수직통합을 꾀할 수도 있다.

요점은 책을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논리적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면 더욱 좋다. 쉬운 서술을 위해 엄밀한 논리 전개 과정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은 교양서의 숙명이다. 대중들도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아무리 세계적인 수준의 석학이더라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론과 사례로 무장한 교양서의 매출은 저조할 것이다. 뒤집어 보면, 책을 읽다가 무언가 의문을 제기할 만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으면서 찾은 논리적 허점을 보완할 만한 본인만의 견해를 정립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적어도 경제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그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경제학 콘서트』 전반에 걸쳐 은근히 강조되고 있듯이 ‘경제학적 시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더 공부해보고 싶다면?

경제상식 및 교양

① 『경제학 콘서트 2』(팀 하포드)

② 『경제의 99%는 환율이다』(백석현)

③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④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경제학원론

① 『경제학 들어가기』(이준구 외)

② 『맨큐의 경제학』(그레고리 맨큐)

행태경제학

① 『경제심리학』(댄 애리얼리)

② 『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이준구)

③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리처드 탈러 외)

게임이론

『게임이론 :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략 분석』(로저 매케인)

경제성장론

『Introduction to Economic growth』(Charles I Jones/미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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