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했다. 한전공대의 설립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시작되었으며,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함께 구체화되었다.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는 만큼, 이번 특별법 의결에 따라 향후 단계 진행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전공대는 시행령이 확정된 이후, 5월부터 캠퍼스 착공과 신입생 모집 요강 공고를 실시할 예정이며 9월 원서접수를 거쳐 내년 3월 정상 개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2022학년도 학생 선발 인원은 대학원생 250명, 학부생 100명이다. 이후, 2025년까지 대학원생 600명, 학부생 400명 수준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한전공대는 ‘강소형 대학’을 목표에 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단과대학 수준의 규모는 정원 1000명의 학생을 모집하여 전력 에너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다. 학부 과정은 ‘에너지 공학부’ 공학 계열 단일 학부 체제로 운영되며, 핵심 연구 분야는 차세대 에너지 그리드, 수소 에너지, 에너지 기후/환경, 에너지 신소재, 에너지 AI 등 5개 분야에 중점을 둔다. 한전공대의 롤모델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에 위치한 ‘올린 공대(Olin College of Engineering)’이다. 올린 공대는 정원 380명의 소수정예 대학으로 2002년 개교하였으나, 20년도 되지 않아 ‘뉴 아이비스(New Ivies)’ 그룹에 포함되어 신흥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청사진의 이면에는 한전공대를 둘러싼 진통 역시 존재한다. 당장 교육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두 가지이다. 첫째, 입시 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이다. 특수 대학의 취지를 살리되, 공정하게 입학생을 선발할 방법이 무엇일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둘째는 신규 대학 설립의 필요성과 안정적 운영에 대한 우려이다. 학령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수도권 소재 대학 선호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수많은 지방 대학들은 정원을 채워 학교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벚꽃엔딩’에 대한 농담은 지방의 대학가에서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굳이 새로운 대학을 설립할 이유가 있는지, 설립 후에도 대학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종갑 한전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전공대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답변하였다. 먼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대학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기존 대학의 학사 운영과 교육 방식을 넘어선 완전히 혁신적이고 새로운 교육을 시도함으로써, “학령인구 급감시대에 왜 새로운 대학이 필요한지 증명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실제로 한전공대는 학년 중심이 아닌 역량 중심의 교육을 운영하고, 프로젝트 수행과 리뷰를 결합한 자기 주도형 교수학습방법을 채택하는 등 기존의 교육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학생 선발에 대한 인터뷰 내용에는 염려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럼 어떤 교육을 하고 싶은가.

괴짜를 선발해 전문 역량을 키워줘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 일본에 없는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쿠팡이 있다. 이들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괴짜들의 새로운 시도 덕분이다. 일부 영역에서 괴짜들이 실력을 발휘하지만 더 많은 괴짜가 도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대를 다니는 것 자체가 창업을 위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

괴짜 선발이 공정성 시비를 불러오지 않을까

“(…)얼마든지 공정하게 선발할 수 있다. 수능은 괴짜를 찾는 방법이 아니다.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시장이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예를 들면 그룹과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는 선발 캠프같은 것이다. 선의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과정을 통해 신뢰를 얻는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2021.03.25., 이종승 기자-


김 사장은 ‘선의’를 말하였지만, 당장 5월부터 입시 요강을 공개하고 9월부터 원서 접수를 받아야 하는 시점에 ‘괴짜를 선발할 것’ 이며 ‘앞으로 방법을 제시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온전히 선의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막연하게 타 업계의 성공 사례를 나열하고, 그것의 성공 원인을 ‘괴짜의 도전’으로 일축하는 논리에는 공감을 표하기 어렵다. 정말 괴짜를 바란다면, 에너지 융복합 분야에서는 어떤 괴짜를 바라는지, 그러한 괴짜를 어떠한 방식으로 선발하고 역량을 키워나갈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정’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과정에 앞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시행 계획을 보여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만 살펴보아도, 입시를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불안 섞인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새로운 시도가 무의미한 혼란을 야기하거나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아가는 일이 없도록, 향후 학교 설립과 운영, 입시에 대한 모든 사안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 자료]

이종승, 「“교육-연구-행정 혁신 통해 에너지 분야 전문인력 길러낼 것”」, 『동아일보』, 2021.03.25.; https://news.v.daum.net/v/20210325030546804(2021.03.25. 접속)

최민지, 「”대학 정원 미달 심각한데…” 한전공대 개교 앞두고 엇갈린 시선」, 『머니투데이』, 2021.03.25.; https://news.v.daum.net/v/20210325151152873(2021.03.25. 접속)

학교법인 한국전력공과대학교 홈페이지(https://home.kepco.co.kr/kepco/KTE/main/main.do)

정선희 작가
서강대학교 사학•신문방송학 학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연극영화전공 석사
교보문고 스토리 에이전시 소속 작가
소설 <연인 광복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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