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가 2021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안을 내놓았다.

대학들이 발표하는 전형안을 ‘팩트’로서 읽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이 ‘팩트’라는 표면 뒤에 숨어 있는 대학 측의 의도를 파악해 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학과와 복잡한 전형방법과 평가 기준이 뒤섞여 있는 자료를 보면서 그 안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를 끄집어 내어야 할 것이지, 낼 수는 있을지 혼란스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보겠다.

2021학년도부터 연세대학교는 학교장 추천전형을 신설하려 한다. 연세대는 이 시점에 왜 학교장 추천전형을 신설한 것인가? 이 전형이 연세대 입시와 수시 입시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이와 같은 의문을 해소하는 길은 현재의 입시변화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입학전형안을 팩트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이듬해 입시 변화의 판도를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설이 길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연세대학교 입시를 제대로 읽어보자.

2021학년도 연세대학교 입시가 크게 바뀐다.

이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연세대 입시의 서울대화”

이다. 두 대학의 전형이 외형상의 구조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변화된 2021학년도 연세대 입학전형은 서울대와 상당히 비슷하다.

연세대 입시가 서울대화 된다는 말은 일반고(*) 학생들의 연세대 진학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한 전형 안에서 경쟁하는 서울대와 고려대의 수시 일반전형에서 자사, 특목 학생, 강남권 일반고 학생의 합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대학과 동일한 구조로 바뀌는 2021학년도 연세대 입학전형에서 일반고 학생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고는 강남권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 또는 지역의 입시명문 일반고가 아닌 평균적인 학력 수준의 일반고이다.

이 전반적인 변화의 의미를 어떻게 이끌어 내었는지 좀 더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연세대 2021학년도 입학 전형

연세대 수시 전형 모집인원 변화

연세대의 입학 전형의 변화

(1) 특기자 전형 축소(어문학인재, 과학인재 특기자전형 폐지)

특기자 전형이 축소되었다. 그 중에서도 인문·자연계열 특기자전형은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라진 인원수는 어디로 간 것인가? 학생부 종합전형의 인원이 총 573명 늘어난 것으로 보아, 특기자 전형에 할당되었던 인원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가? 활동우수형과 면접형으로 나누어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각 전형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2)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이 실질적으로 특기자전형과 통합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이 실질적으로 특기자전형과 통합되었다. 특기자 전형 인원을 받아 선발 인원도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보다 기존 특기자 전형 지원자들이 대부분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으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이 서울대학교 수시 일반전형과 같이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목, 자사, 일반고 학생들이 한 전형 안에서 다 같이 경쟁하는 구조로 변화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당연히 서류평가에서 교과 성적과 비교과 실적에 대한 정성평가의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일반고 학생에게 불리한 평가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의미이다. 교과성적에 대한 정량적 평가 지표가 약화되게 되면 서울대의 수시 일반전형에서처럼 자사고, 특목고나 강남권 일반고처럼 학력 수준이 높거나 학교 프로그램이 잘 정비된 고등학교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반고에 대한 불이익이 자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연세대학교는 이러한 일반고 학생들의 불이익을 보상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한 듯 보인다. 그것이 바로 학교장추천전형의 신설이다.

(3) 기존 학생부종합(면접형) 전형이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변화

학교장추천전형이 신설되었다.

기존의 학생부종합전형(면접형)이 명칭 변화 없이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들만 지원 가능한 전형으로 바뀐다. 그리고 모집인원이 기존의 2배 이상 증가되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에서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의 유입으로 경쟁력을 잃은 일반고 학생들이 연세대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 제한적 통로를 만들어 준 것처럼 보인다. 충분한 보상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의도는 그렇게 보인다. 서울대학교가 일반전형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일반고 학생들을 위해 지역균형선발전형이라는 제한적인 통로를 만들어준 것과 같은 의도로 파악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사항은 추천 인원이 학교별로 고3 재학생의 3%이고, 자사고, 특목고에서도 추천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고교별로 학생을 추천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추천받은 학생들의 교과성적을 대등하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학교에서 1위로 추천 받은 학생과 꼴등으로 추천받은 학생을 대등하게 평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각 학교별 추천 순위가 같은 학생에 대한 평가는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이 추천전형에서도 중요한 평가요소는 교과성적이 아닌 학생부 상의 비교과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교과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자사고, 특목고에서 추천 받은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2020학년도까지의 고려대 학교추천전형2에서처럼 말이다.

따라서 일반고를 위한 이 제한적인 통로마저 오롯이 그들을 위한 것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을 더 많이 뽑기 위한 장치를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추천 전형을 일반고 학생들을 위해 만들었다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처럼 특목고(와 전국단위 자사고) 학생들이 지원하지 못하게 하고, 추천 인원도 학교별로 2~3명으로 제한했어야 했다.

정리하면, 2021학년도의 연세대학교 입학전형 변화는 연세대 입시를 서울대의 입시와 같은 구조로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다소 가혹하게 느껴질 만한 변화라 생각된다.

하지만 연세대학교의 입학전형이 변경안을 만들 당시의 의도(그 의도는 연세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필자의 해석이다. 하지만 대체로 명백해 보인다.)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현 시점에서의 교육부 감사 결과가 앞으로의 입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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