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대학들이 학종의 평가 방법을 안내하는 책자를 매년 새롭게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그 자료를 읽어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대만큼 큰 공허함을 느낀다. 사람들이 이런 느낌을 받는 이유는 대학 측의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책자의 내용이 입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 작성되었다는 데 있다. 서류평가 업무 경험이 없는 독자 입장에서는 책자에 소개된 내용을 구체적인 상황과 연계하여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거의 없다. 따라서 열심히 서류평가의 과정과 기준을 설명한다 한들 그것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학종의 서류평가는 대학의 입시 담당자가 아니라면 알수 없는 것인가? 물론 나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의 입장이 아닌 학생, 학부모, 교사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예시를 담아 학종 안내서를 만든다면 그 내용이 한결 잘 이해되지 않을까.

앞으로 긴 시간 동안 학종의 서류평가를 상세히 설명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의 현실적 한계가 있겠지만 최대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풍부한 예시를 통해 추상적인 설명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시에 실제 입시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이 글과 함께 학종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가 한층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류평가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될 내용은 ‘평가요소’이다. 흔히 교과와 비교과라는 말로 통한다. 교과와 비교과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비교과라는 단어는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학종의 서류평가에서 고려되는 학생부의 요소가 어떻게 구분되고 있는지 다음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1.학업 능력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학종 서류평가의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학업능력이다.

대학의 원래 목적이 학문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뛰어난 학술 역량(학업 역량)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고자 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뛰어난 학술 역량(학업 역량)을 지닌 학생은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 성취 수준이 좋지 않지만 장차 우수한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닌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래의 학업 성취 수준을 가장 잘 예측해 주는 지표는 여전히 현재의 학업 수준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학종의 가장 중요한 서류평가 요소는 학생의 학업능력이다. 학업능력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결과로 드러나는 학생의 학업관련 성과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성과로 우수한 내신성적, 각종 교내 경시대회 수상실적, 독서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드러나는 학생의 학업 활동의 깊이와 다양성, 탐구활동 실적 등이 있다.

2.학업 태도

서류평가의 두 번째 평가요소는 학종의 제출서류를 통해 파악되는 전반적인 학생의 학업적 태도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주도’라는 말을 활용하여 서울대학교는 ‘자기주도적 학업태도’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 또한 학생의 학업과 관련된 사항이기는 하나 첫 번째 전형요소인 학업능력과는 다른 성격의 요소이다. ‘학업태도’ 또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무엇’이어야 하지만 우수한 결과로 이어진 것일 필요는 없다.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한 학생의 자세(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 수업시간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작품이 원문으로 다루어 졌다고 해보자.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영어 선생님이 주인공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가 ‘톰소여의 모험’이라는 또 다른 작품에도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한 학생이 왜 마크 트웨인이 같은 두 인물을 서로 다른 두 작품 속에 등장시키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이 학생은 마크 트웨인이 그리고 있는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라는 인물의 성격 차이가 두 작품의 주제의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두 인물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분석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분석을 끝내고 나서 학생은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통해 마크 트웨인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신기하게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에서 출발하여 작성된 여러 글들을 찾을 수 있었고,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고 싶어 그 글들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게중에는 영문으로 작성된 글도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섬마을에서만 자라 도시의 학생들처럼 영어실력이 뛰어나지 못했던 학생은 사전을 찾아가며 그 글들을 힘겹게 읽었다. 학생은 이렇게 열심히 알아본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여 영어 수업 중 발표 시간에 다른 학생들에게 소개하기도 하여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하였다.

이 예시에는 학생이 그런 활동을 수행했다는 사실만이 확인될 뿐, 그 활동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확인할 수 있는 성과라면 수업 시간에 발표를 했다는 사실과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 정도이다.

따라서 이 활동은 학생의 학업능력 평가에 반영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학업태도에 관한 평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와 같은 학생의 노력이 영어뿐만이 아니라 한국사, 사회문화 등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곳곳에서 풍부하게 확인된다면 이 학생은 분명 지적 호기심이 대단히 풍부한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지적인 성장을 위해 학교의 시험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학업활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하는 학생이다. 즉, 이 학생은 학문적 성장,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학업능력 평가가 학업적 노력의 결과물 자체에 대한 평가라면 학업태도 평가는 학업적 노력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학생의 성향(성격, 태도)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3. 개인적 소양

마지막 세 번째 평가요소는 학업 외적인 소양과 기타 학생의 개인적 소양에 관한 사항이다.

‘학업 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평가요소에는 학생의 학업 역량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학업 외적인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임원활동, 학업 외적인 수상실적(효행상, 봉사상, 모범학생상 등), 예체능 활동 등이 이 평가요소에 해당되는 항목들이다.

흔히들 학업 외적인 소양을 ‘봉사와 리더십’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학업 외 소양을 ‘봉사와 리더십’이라는 말로 표현할 경우 ‘봉사활동을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수행했는지’, ‘임원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궁금증만이 주요 관심사가 된다. 때문에 많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학종 합격을 위해 봉사활동은 몇 시간이나 해야 되나요?’, ‘반장 경력이 한 번 있는데 가산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와 같이 답하기 매우 난감한 질문을 하는 듯하다. 이 질문들에 답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답변이 단순한 형태로 정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이어지는 설명을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학업 외적인 소양에 대해서도 학업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와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결과물로서의 학업 외적인 실적’과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학생의 성향과 태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평가가 모두 이루어진다.

한 학생이 자신의 학교에서 3년 연속으로 모범학생상을 수상하였고, 나아가 서울시에서 1명만 선정하는 서울모범학생상(가상의 상)도 수상하고, 나아가 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 모범학생상(가상의 상)’도 수행했다고 해보자. 이 학생이 왜 이렇게 큰 상을 수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수상실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업 외적인 소양 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1학년 1, 2학기 모두 학급의 반장이었고, 2학년에 와서는 학교의 전교학생회장이 되었고, 생물동아리의 회장이 된 학생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학생 또한 이와 같은 화려한 임원 경력에 힘 입어 학업 외적인 소양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예로 든 두 경우는 모두 객관적인 결과물로서의 학업 외적인 실적이 평가 요소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시말해, 학업 외 소양에 대한 평가는 ‘가시적으로 쉽게 확인되는 실적’과 ‘학생의 활동이나 경험의 과정을 통해 확인되는 학생의 성향과 가치관, 태도’가 모두 고려 대상이 된다. 이 중 더 중요한 것은 여러 대학이 발표하고 있듯이 전자가 아니라 후자이다. 물리적인 활동 실적의 양이 아무리 많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그 활동의 내용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봉사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왜 그 활동을 수행했는지,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내적 의미를 찾았는지,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이 성장한 모습은 무엇인지에 관한 다소 추상이지만 활동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내용이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통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최대한 시간을 아끼면서도 많은 봉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활동을 선택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어떤 학생이 국제 자선단체 기부를 통해 자신이 지원하고 있는 아이가 보내 온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작은 선행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학생은 그와 같은 사실에 큰 행복을 느끼면서도 아이의 현실에 안타까움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학생에게 있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자’는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영문으로 쓰여진 편지가 우리말로 제 때 번역되지 못하여 후원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일을 큰 신념을 품고 지속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 정도 의미 부여로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활동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과 위주로 기술되는 학생부와는 별개로 자기소개서와 추천서가 수시 지원 서류에 포함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쨌든 물리적인 활동의 양이 아닌 활동을 통해 드러나는 학생의 특성이 학업 외 소양에서의 직접적인 평가 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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