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축구 영웅을 꼽으라 한다면, 2021년의 학생들은 손홍민 같은 선수들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30대 중반 이후부터 40~50대의 세대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감독을 꼽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고 히딩크 감독은 거의 매 경기마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온 국민의 이목은 매 경기마다 히딩크 호가 신기록을 경신할 것인지에 쏠려 있었고 경기가 거듭될수록 강호들을 꺾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번에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로 바뀌곤 했다. 16강이 목표였던 우리나라는 결국 4강에까지 올리는 쾌거를 일궜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흥분과 감동을 선사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이 끝나고 대한민국의 명예시민이 되었고, 그에 관한 책이나 영상들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것이 벌써 19년 전이다. 아득해진 히딩크 감독을 요즘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

히딩크 감독은 2001년 1월부터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을 맡았다. 당시 미니 월드컵이라 불리는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 컵이 히딩크 사단의 첫 경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대회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멕시코에 2:1, 호주에는 1:0으로 이겼지만, 프랑스에 0:5로 대참패를 하면서 골득실에 밀려 4강 진출을 하지 못했다. 당시 히딩크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전하고 있습니다. 잘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컨페더레이션스 컵뿐만 아니라 홍콩 4개국 대회 노르웨이 전에서 3:2로 역전패를 했고, 두바이 대회 덴마크 전에서 2:0으로 참패했다. 처참한 결과를 보고 우리 국민과 언론은 걱정했지만 히딩크 감독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있다며 의연하게 인터뷰를 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위 인터뷰에서 말한 우리 대표팀의 ‘문제점’을 생각했을 것이다.

여러 경기들을 치르면서 히딩크 감독은 우리 축구 대표팀의 문제점을 ‘유럽 공포증’으로 진단했다. ‘유럽 팀에 밀리는 체력’이나 ‘유럽 팀에 부족한 기량’도 문제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유럽 공포증’이었다. 그의 분석에서 중요한 점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기량보다는 심리적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이 ‘공포증’ 때문이라면, 그 공포증을 제거하면 된다. 이를 위해 그는 네덜란드 전지 훈련을 추진한다.

그러나 유럽 전지 훈련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호는 체코 전에서 5:0으로 참패를 맛본다. 우리 선수들은 유럽 선수들의 힘과 스피드에 밀렸고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당시 기자나 ‘전문가’들은 돈을 들여 유럽에까지 가서 훈련을 한 게 고작 이것이냐고, 대표팀 엔트리를 빨리 확정하라며 히딩크 감독을 비난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그런 비난에 전혀 굴하지 않고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말한다. 그의 이 대답은 앞의 인터뷰에서 그가 보여 준 태도와 유사하다. 히딩크 감독은 한 게임 한 게임에서의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표 팀이 지닌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을 중시했다. 이후 그는 유럽 전지 훈련에서 파악한 약점들을 보완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이후 축구 국가대표 팀 평가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크로아티아를 2:0으로 이기면서 유럽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2001년 제주에서 열린 미국과의 경기에서 1:0의 승리를 얻으면서 이런 자신감은 더욱 견고해졌다. 이렇게 1년을 마무리하면서 히딩크 감독은 취임 1년 결산 인터뷰를 한다. 여기에서도 그는 우리 대표 팀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분석한 것을 밝히고 있다. 그는 1년 간 문제점, 약점, 부족한 점을 파악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실행한 것이다.

“세계 수준과 격차를 많이 줄였다. 우리는 수비 불안을 많이 해소했다. 골 결정력은 부족하다. 대여섯 번의 기회에 한두 골은 성공해야 한다. 이제는 좀 더 세부적인 것, 즉 기술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을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미드필더의 체력 향상이 필요하다. 미드필더는 25m 이내에서 움직이고 공수전환을 빠르게 할 필요가 있으며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책임이 있다.”

해가 바뀌어 드디어 2002년이다. 그러나 히딩크 호의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2002년 초 미국 전지 훈련에서 LA 갤럭시와의 연습 경기에서 패배한 것이다. 이 패배 후 시기 별 5단계 훈련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경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북중미 골드컵에서 미국에 2:1로 패배했고, FIFA 랭킹 75위인 쿠바와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1점을 얻어 8강에 간신히 진출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본선에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당시 골드컵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멕시코와의 승부차기에서 승리했지만 18번을 찬 게 0골이었고, 코스타리카와 준결승전에서 3:1로 완패했다. 3, 4위 전에서는 국제 랭킹 92위인 캐나다에도 2:1로 패배했다.

지난 1년 간 문제점을 파악했다고 했지만, 국가대표팀은 계속해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유럽 공포증이 문제로 파악되었고, 체력도 문제로 부각되었다. 골 결정력도 문제였고, 수비도 문제였다. 어쩌면 총체적 난국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히딩크 감독은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견되면 좌절할 법도 한데, 그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파악되는 문제에도 지치지 않는다. 문제의 해결만이 있을 뿐이다.

히딩크 감독은 이후 골 결정력을 보완하면서 점차 조직력을 키우게 되었다.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하고, 튀니지와 터키에는 0:0 무승부, 그리고 북중미 최강 코스타리카에 2:0 승리를 했다. 히딩크의 인터뷰는 압권이었다.

“월드컵을 50일 남겨둔 지금 16강 가능성은 50%다. 매일 1%씩 올리면 월드컵 개막 때는 100%가 될 것이다.”

저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체계적인 문제 분석과 해법의 실행이었다. 실제로 16강의 가능성은 1%씩 높아지고 있음에 틀림 없었다. 이후 다른 평가전들에서 실제로 승리의 가능성을 보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후 월드컵이 개막되고 우리 국가대표 팀은 목표였던 16강을 넘어, 4강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기억에나 존재할 전세대의 영웅을 다시 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히딩크가 4강 신화를 이루고 나서 그의 리더십이 유행했다. 그는 무명의 선수들을 발굴해 냈고, 이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집단적 조직력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선수들의 기초 체력과 실력을 중시하고, 선수들의 경직된 위계 문화를 깬 동시에 선수들이 실력만으로 승부하게 했다. 히딩크는 우리의 이전 감독들이 하지 못한 변화를 일으켰고, 그 변화의 핵심에 그의 리더십이 있었다.

그의 리더십 중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주목하는 것은 선수들을 훈련시킨 그의 태도이다. 그가 보여 준 태도는 한 마디로 현실주의적인 낙관적 태도를 보였다. 우리가 단순히 16강을 희망한다고 하여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이것은 비현실적인 낙관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자신의 능력과 우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여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한다면 이것이 현실주의적인 낙관성일 것이다. 히딩크가 보여 준 것이 바로 이 현실주의적 낙관성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다.

히딩크는 우리 국가대표 팀이 참가한 모든 국제 대회를 ‘평가전’으로 임했다. 히딩크가 감독이 되어 1년 반 정도를 지휘하며 참여한 대회들을 장황하게 언급한 이유는 각 대회마다 그가 우리 대표 팀을 계속해서 평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가 인터뷰마다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문제를 알았다’는 것이다. 우리 대표 팀의 약점을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찾은 것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었다. 1년을 기다리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히딩크를 비난하기도 했다. 냄비 근성으로 빠른 성과만을 바라며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한 게임 한 게임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찾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수능 모의고사에 임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이다. 히딩크 감독처럼 우리는 모든 모의고사를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자신이 몇 점을 맞고, 몇 등급을 맞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점수와 등급은 변한다. 3월 모의평가고사와 6월 모의평가고사의 시험 범위도 다르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도 다르다. 9월 모평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3월에 잘했다고, 6월에 잘하란 법이 없고, 6월에 잘했다고 9월에 잘하란 법도 없다. 더 중요하게는 3, 6, 9월 모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실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라는 법도 없다. 그러므로 모의평가에서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수능 모의평가고사를 마치 실제 수학능력고사로 생각한다. 이번 모의고사가 마치 자신을 대학에 보내주기라도 할 것처럼 달려든다. 학원들은 수능 모의고사를 위한 보충수업을 추가하고, 이 학생들은 보충수업을 위해 다른 수업들을 포기한다. 그러면서 모의고사 직전일까지 벌벌 떤다. 이번 모의고사를 망치면 큰일이라도 날 듯이 그런다.

물론 모의고사는 자신의 현재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한 성적을 받아들면 실망이 클 수도 있다. 더군다나 지난 겨울방학 동안 열심히 했는데도 그렇다면 더욱 실망할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실패했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다. 모의고사를 평가전으로 생각하고 임하라. 그냥 ‘내 평범한 일상 중 하나이고, 오늘은 그냥 내 실력을 평가해 보는 날이구나.’라고 생각하라. 그래서 ‘이번에는 내게 어떤 문제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시험 후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전략을 찾도록 해야 한다.

모의고사를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어떤 과목이든 내가 어떤 영역에서 점수를 잘 받지 못하는지, 내가 어떤 유형의 문제에 약한지, 어떤 부분이 공부가 부족한지, 그리고 어떤 과목이나 영역, 또는 어떤 수준의 문제는 해도 안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어떤 공부 방법이 잘못된 것이고, 이 방법은 왜 잘못된 것인지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파악하면서, 내가 각 과목마다 몇 문제를, 그래서 몇 점이나 몇 등급을 올릴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객관적인 목표 설정을 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거나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다.

언제나 문제점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것은 시험을 잘 봐도 그렇다. 평소보다, 심지어는 자신의 실력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의기양양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자만심은 언제나 금물이다. 특히 9월 모평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실제 수능을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어도 ‘이게 이런 문제였으니 풀렸지만 저렇게 나왔으면 틀렸을지 몰라.’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휴, 내가 아는 게 나와서 다행이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재만 보는 사람이다. 우연히도 쉬운 문제가 나와 맞히고서는 실제 수능에서 그렇게 나오리라 기대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즉 모의고사는 평가전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3월 모평뿐만 아니라 6월 모평, 9월 모평도 마찬가지이다.

이명순
개논비연구소 대표/ 다원교육 입시연구소 부소장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사 석사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사 수료
Boston University Visiting Sch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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