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혼자서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학별 기출문제의 긴 제시문과 몇줄 짜리 문제 앞에서 당황하게 된다. 읽어야 하는 텍스트는 많지만,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어떤 방식으로’ 써내려 가야 할 지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어떻게 독해해야 하는지, 시간은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개요는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 등을 차근차근 접근하고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논술을 처음 그리고 혼자서 준비하며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은 경우 이를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논술 의 형식과 구조에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미 이전에 논술을 공부해본 적이 있거나, 기본 틀을 가지고 있는 학생도 다시 한번 새겨보면 좋을 팁도 함께 있다.

예시답안으로 학교 기출 스타일을 파악하자

논술에도 답이 있을까? 논술을 접해본 학생들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식상한 질문이므로 이에 대한 답도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논술을 출제하는 학교의 대부분은 학교 홈페이지나 따로 만든 논술가이드북, 혹은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통해 전년도 논술문제의 채점 기준과 예시답안을 공개해놓는다. 채점기준과 예시답안은 제시문의 내용의 해석과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는 직접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학교가 원하는 글쓰기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많은 학생들이 예시답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거나, 정답을 맞췄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만 활용한다. 실제로 대학에서 발표하는 예시답안이 모두 완벽한 짜임새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혼자 논술문제에 대한 답안을 써보는 경우, 학교별 예시답안은 논술에서 무엇보다 가장 좋은 가이드이자 선생님이 된다.

예시답안을 실제로 들여다보자. (출처: 중앙대학교 2020학년도 인문논술)


[문제 1] ‘상실의 원인상실의 결과를 제시문 (), (), (), ()에서 각각 찾아 하나의 완성된 글로 논술하시오. [40, 550-570]

(가)~(라)는 다양한 상실의 원인과 상실의 결과를 보여준다. (가)에서 삶의 터전과 가족 결속을 상실하게 된 원인은 철거 계고장이라는 외부 압력과 입주권을 살 수 없는 가난한 현실이며, 상실의 결과는 어떤 방법도 찾을 수 없는 가족의 좌절과 체념이다. (중략) (라)에서 보여주는 신념에 대한 확신의 상실은 분업화된 사회에서 한 노동자가 경험하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내적 갈등 때문이며, 결과는 확신을 상실했으나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실의 원인은 외부 압력과 가난, 세속적 자아, 인간과 자연의 분리, 내적 갈등으로 다양하며, 상실의 결과도 좌절과 체념, 자아 성찰, 불통과 부조화, 신념 고수 등으로 다양하다. (569자)


비교적 정형화된 문제를 매년 출제하고 있는 중앙대학교의 1번 문항 예시답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첫 번째 문장을 보면, 4개의 제시문들의 공통된 소재를 제시하며 도입을 이끌고 있다. 이후 각 제시문들에서 발견한 상실의 원인과 결과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마지막 문장에서 다시 각 제시문의 핵심적인 키워드들을 짤막하게 압축해서 제시한다. 즉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가 매우 뚜렷하며, 문항에도 나타나 있듯 ‘하나의 완성된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시답안을 분석하면서도 이런 구조를 눈치챌 수 있지만,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 동일한 문제의 채점기준을 살펴보도록 하자.


2. 내용적 측면(40점: 32점+8점)

1) 제시문 (가), (나), (다), (라)에 나타난 상실을 중심으로 그 원인과 결과를 각각 정확하게 찾아내고 있는지 평가한다. (32점 만점)

2) 네 개의 제시문에서 ‘상실의 원인’과 ‘상실의 결과’를 각각 찾아 하나의 완성된 글(서론/본론/결론)로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답안이 서론, 본론, 결론의 논리적 구성을 갖추고 있고(3점), 결론 부분에서 각 제시문의 차이가 핵심적 표현으로 요약적으로 제시되어 있는지 평가한다(5점).


내용적인 측면을 보면 첫째, 제시문들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둘째, 하나의 완성된 글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며, 결론부분에서 각 제시문들의 차이를 ‘요약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큰 배점을 가진 첫 번째 기준도 중요하지만, 합격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두 번째 기준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제시문 독해가 비교적 쉽게 출제되는 경우, 두 번째 채점 기준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채점기준은 예시답안의 문장 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예시답안과 채점기준을 비교해 가며 어떤 식으로 답안을 구성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중앙대의 경우 통합논술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제시문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들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이를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묶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처럼 대학에서 제공하는 예시답안과 채점기준만으로도 대학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으며, 그 기준에 따라 글을 어떻게 구성하고 전개해나가야 할 지에 대한 큰 틀을 충분히 익힐 수 있다. 또한 분량이 정해져 있지 않은 유형의 대학의 경우 예시답안을 통해서 한 문제당 대략 몇 글자 정도로 글을 써내야 하는 지에 대한 팁도 얻어갈 수 있다. 예시답안은 정답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글쓰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도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제와 글자 수에 주목하자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흔히 ‘제시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 문제는 가볍게 훑고 바로 제시문부터 독해부터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문제’를 잘 살펴보면, 글의 구조와 들어갈 내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문제야말로 답안을 항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키가 되는 것이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대로 쓰지 않으면 제시문이 말하는 바를 정확히 독해했다고 하더라도 전혀 엉뚱한 답안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문제를 정확하게 읽으면 글의 전개 방향과 탄탄한 논리 구조를 얻을 수 있다. 대학의 출제의도는 모두 문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글자 수를 통해서도 답안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통상 논술형 글쓰기에서 요구되는 한 문장은 70여 자 안팎이므로 이를 통해 총 글자수를 어떻게 배분하여 글을 써야할 지를 알 수 있기도 하다. 예시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문제 2] 제시문 (라)와 (마)에 나타난 ‘창작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고, 새로움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데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제시문 (바)와 (사)를 활용하여 서술하시오. [40점, 550~570자]


중앙대학교의 2018학년도 문제이다. 먼저 글자 수를 확인해보면 550자~570자로 상당히 촘촘한 글자 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를 읽어보면 쉼표에 따라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구성된다. 우선 앞부분을 주목해보자. 제시문 (라)와 (마)의 비교형 문제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다른 기준을 가지고 와서 비교해서는 안된다. 이미 ‘창작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라는 방향을 문제에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꼼꼼히 읽지 않아 이렇게 대학에서 주는 힌트와도 같은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 않거나 제멋대로 곡해하여 이해한다. 제시문 (라)와 (마)는 전혀 다른 성격의 제시문일 수 있고 기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독해될 수 있다. 따라서 비교형 문제에서는 어떤 기준점으로 (라)와 (마)를 읽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문제를 꼼꼼히 읽는다면 대학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뒷부분에서도 ‘새로움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데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요소들’이라는 문제의 설명에 주목하여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바)와 (사)를 모두 활용하는 것도 당연히 잊지 말아야 한다.

글자 수가 총 550자라면, (라)와 (마)의 비교에 절반가량을 쓰고 (바)와 (사)의 서술에 나머지 절반가량을 서술하면 된다. 쉼표를 기점으로 하나의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앞의 덩어리에서도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라)와 (마)에 나타난 화자의 생각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라)와 (마)가 말하는 바를 간략하게 요약해주는 문장이 각각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라)와 (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각각 서술해주면 된다. 앞서 말했듯 한 문장은 보통 70자 정도로 이루어진다. (라)와 (마)의 요약, 그리고 공통점과 차이점에 각각 한 문장씩을 할애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4문장, 즉 300여 자가 완성된다. 문제가 요구하는 대로 (바)와 (사)를 활용한 뒷부분을 세네 문장 정도로 작성하면 문제에서 요구하는 550자가 채워지게 된다. 이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다. 대학에서는 이미 정해진 글자 수를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 이외의 불필요한 서술은 답안의 통일성과 논리 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몇몇 학생들은 문제에서 시키는 대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본인의 생각을 따로 첨언하거나 제시문에 나와 있지 않은 다른 개념을 들고 와 덧붙이려 하기도 한다. 다른 수시전형에 비해 경쟁률이 유독 높은 논술전형이므로, 다 비슷비슷한 틀에 박힌 답안 속에서 본인의 답안을 눈에 띄도록 차별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의 논술전형은 정확한 제시문 독해를 바탕으로, 문제에서 요구하는 대로 작성하는 것만이 ‘답안’으로 인정받는다. 아무리 일필휘지의 문장력을 가진 친구라고 해도, 문제와 전혀 다른 답안을 작성한다면 채점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학에서 요구하는 대로 독해하고 글을 쓰는 학생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독학으로 공부하는 인문논술 준비생들은 이를 반드시 마음에 새기고, 입시논술형 글의 구조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예시답안과 채점기준, 그리고 문제를 바탕으로 본인이 어떤 글을 써야 하는 지를 몇 번 분석하다 보면 논술형 글쓰기 구조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