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면접은 어떤 시험인가?

대학에서 실시하는 면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본인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질문하는 서류 기반 면접과 주어진 시간 안에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는 제시문 기반 면접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구술면접을 실시하는 학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여전히 면접 전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년 까다로운 ‘제시문 기반 면접’을 출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학생들이 보다 어려워하는 제시문기반 면접에 대한 설명과 대비법을 말해보고자 한다.

구술면접을 대비하는 방법은 그동안의 교과 공부와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 그동안 암기형 내신공부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자주 하는 오류 중 하나는, 기출문제를 처음 읽고 드는 낯선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배경지식을 쌓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구술면접의 배경지식을 모두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배경 지식을 완벽히 습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구술면접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구술면접은 지식을 알고 있는 지의 여부를 진단하는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술면접은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제시문을 얼마나 잘 파악하는지, 그리고 문제에 맞도록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피력하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학교와 전형에 따라 그래프 및 도표가 주어질 수도 있고, 제시문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주제에 맞는 본인의 경험과 사례를 이끌어내야 하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때로는 준비한 답변보다 평가위원(교수)들의 추가 질문, 일명 꼬리 질문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되기도 한다. 이렇게 제시문과 문제의 유형은 다양할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구술면접에서는 제시문들에 대한 깊은 ‘독해력’과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갈 수 있는 ‘논리력’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제시문 기반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해력이다. 독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피력한다고 해도 엉뚱한 답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선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독해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 큰 주제를 파악해라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독해력을 어떻게 기르는지’에 관한 것이다. 국어의 비문학 영역에서도 독해력을 요구하긴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객관식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수능에서의 독해력과 여러 제시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한 구술면접에서의 독해력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쁜 수험생의 입장에선 면접을 위해 무턱대고 독서를 시작할 수도 없을뿐더러, 시간을 내서 독서를 시작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 내에 독해력을 기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 것이다. 만약 본인이 짧은 시간 안에 독해력을 기르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기출문제를 활용한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구술면접에서의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최대한 많은 기출문제를 접해보고 스스로 고민해보아야 독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큰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세부 주제와 지문의 소재는 다양할지 몰라도 제시문들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비교적 반복되어 출제되기 때문에 구술에서 자주 출제되는 주제들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빠른 독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갈등’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빈출되는 주제 중 하나다. 이러한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갈등은 때로는 환경 문제에서, 때로는 정치적 상황이나 문학 작품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활용될 수 있는 소재가 많을수록 제시문을 구성하기 유용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이런 거시적인 주제들을 반복해서 출제되고 있는 편이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갈등’ 외에도 ‘진화와 진보의 차이’ ‘문화 상대주의’ ‘개인과 집단의 도덕성’ 등의 거시적 주제는 다양한 학교의 기출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큰 주제들을 파악하기 위해선 구술면접의 기출문제 뿐만 아니라 논술시험에서 빈출되고 있는 주제들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논술과 구술시험은 제시문의 길이와 답변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주제나 소재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이런 주제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다양한 논술 교재들을 활용하여 어떤 주제가 빈출되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로 구술면접보다 논술시험 기출문제와 교재의 접근성, 다양성이 더 좋은 편이다)

논술과 구술에서 빈출되는 여러 주제가 익숙해진 상황에서 각 제시문들을 접근한다면, 주어진 문제와 제시문을 더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독해할 수 있다. 다음 고려대학교 기출문제를 통해 확인해보자.



(가) 프로크루테스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로,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강도질을 하였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와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  

(나)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경제가 침체되어 공장폐업이 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 항공은 사용자와 노조 사이에 고용유지와 임금동결에 합의하여 사용자와 노동자가 모두 윈윈(win-win)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한 감원을 포기하고 고용안정을 약속하면서 실습 사원의 계약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고, 노조 측에서는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여러 가지 경영성과급 지급 유보에 대해 합의했다. 그래서 서로 간에 양보 교섭을 한 사실을 노동부에 신고하여 국가로부터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고, 휴업수당도 지원받게 되었다.  

(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사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프랑스 정부는 1994년부터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를 포함한 종교적 상징을 공립학교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2010년에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모슬렘 두건의 일종인 부르카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였다. 프랑스는 이른바 ‘톨레랑스’의 나라로 불리어왔다. 그러나 소수 이민자들에게 복장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이 법률의 제정으로 프랑스 정부는 외국인 끌어안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5학년도 고려대학교 학교추천전형 기출문제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제시문들이 ‘왜 엮여있는지’를 고려해야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문제다. 특히 제시문 (가)처럼 현실적 사례가 아닌 소설 혹은 우화가 제시되는 경우, 거시적인 주제를 파악해야 이야기 속 인물과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세 제시문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제시문들이 일관적으로 나타내는 상황을 독해해본다면, 강자와 약자, 혹은 다수와 소수의 대립과 그로 인한 소수자의 권리가 억압되는 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거시적인 주제가 파악되었다면 이를 통해 각 제시문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수자를 향한 억압이 드러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거시적인 주제에 대한 이해 없이 제시문을 파악한다면,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하는 것에만 그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제시문 (가)를 요약해보는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가정하고 다음 예시 답변을 보며 그 차이를 알아보도록 하자.

Q. 제시문 (가)의 상황을 요약하여 말해보시오.

제시문을 단순히 요약한 학생: 제시문 (가)에서는 프로크루테스라는 강도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폭력적인 상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프로크루테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해 강압적이고 잔혹한 행위를 일삼고 있는데, 자신의 침대의 크기에 맞춰 사람들의 키를 억지로 늘리거나 줄이는 등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이득과 만족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시문을 주제와 연결시켜 요약한 학생: 제시문 (가)에서는 프로크루테스라는 강도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강자에 의해 억압되고 침해되는 약자’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때 프로크루테스는 강자로 대변되고, 지나가는 무고한 행인은 약자로 대변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크루테스의 침대가 상징하는 것은 획일적인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자신의 침대의 크기에 맞춰 행인의 키를 늘리거나 자르는 폭력적인 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강자가 자의적 논리나 가치관에 맞춰 약자를 억압하고 핍박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학생의 답변을 통해 개인의 독해력이 얼마나 차이나게 드러날 수 있는지가 확인될 것이다. 제시문을 요약하는 간단해보이는 문제일지라도, 단순히 각 제시문의 상황을 꼼꼼히 이해하는 것보다 여러 제시문들이 나타내고 있는 거시적 주제를 통해 세부 제시문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연습이야말로 진정한 독해력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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