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월간정성민 10월호에서는 연세대학교 논술전형에 합격하여 재학 중인 J군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수리 논술 및 과학 논술을 준비하는 과정과 공부방법 등 합격생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조언을 담았습니다.

Q. 과학 논술을 준비하기까지

연세대학교의 과학논술은 다른 학교와 달리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범위를 포함한다. 서울대를 준비하지 않는 이상 과탐Ⅱ과목을 선택하여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과 별개의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연세대학교 하나의 논술시험을 위해서 Ⅱ과목에 큰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과탐논술은 수리논술보다 뒤늦게 시작한 편이었다.

나는 화학을 선택해서 봤는데, 3학년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늦게 준비하는 편이 아닌가 싶겠지만, 보통 연세대학교 논술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이과 학생들은 추석특강이나 한글날 특강 등 단기 특강을 이용해 빠르게 과탐Ⅱ 과목을 훑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논술 전형을 여러 개 쓸 것을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화학 논술 준비도 비교적 일찍 시작한 편이었다. 화학Ⅱ 과목에 대한 부담도 물론 있었지만, 3학년 1학기에 내신 준비를 하면서 화학Ⅱ 범위의 내용을 잠깐이나마 공부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예 모르는 내용의 문제를 푸는 것보다, 그래도 한번이나마 접해본 개념들을 활용하여 문제를 푸는 것은 천지차이다. 논술만을 위해 본격적으로 과탐Ⅱ 준비를 하기 부담된다면, 과탐Ⅰ과목과 관련된 Ⅱ과목의 내용을 함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을 하고 싶다.

Q. 과목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많은 학생이 과탐 과목을 선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이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주변의 조언보다는 본인의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직접 기출문제를 풀어봐야 내가 어떤 과목의 문제 유형과 맞을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수능에서 물리와 화학을 선택하여 공부하고 있었는데, 물리와 화학 두 과목 모두 내가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하는 과목이었다. 하지만 막상 논술 기출문제를 풀어보니, 물리보다는 화학에 훨씬 잘 맞는다고 느껴졌다. 문제를 풀기 전엔 본인이 어떤 과목과 잘 맞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과탐 선택을 위해선 본인 스스로 문제를 접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과목과 ‘잘 맞는다’는 느낌이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긴 한데, 문제를 풀어보면 아는 내용이어도 풀이가 깔끔하게 나오는 과목이 있고, 풀이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꼬여가는 과목이 있다. 내 경우엔 화학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지 머릿속에 확연히 그려졌던 반면, 물리는 비교적 명확하지 못했고 답안지에 작성하면서도 풀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이 문제를 푼다면 직관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Q. 과학 논술 공부방법에 대해

과학 논술도 수리 논술을 공부하는 것처럼 문제를 ‘복습’하는 과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과학 논술은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개념부터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시간이 여유롭다면 개념부터 다시 공부하는 것도 좋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과학 논술을 준비하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개념 복습보다는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수능 및 공부를 어느정도 한 학생이라면 부족한 개념들은 문제를 풀 때 잠깐씩 참고하고 다시 암기하는 정도만 해도 충분히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수리논술 파트에서 설명했듯, 과탐논술 또한 문제를 다시 복습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의 부족한 개념과 문제풀이 방식을 보완해나가는 편을 추천한다.

연세대학교 같은 경우는 수리 논술과 과학 논술의 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한꺼번에 풀기 때문에 과학 논술에서 시간을 벌어야 유리하다. 수리 논술에 비해 과학 논술 풀이는 학생들끼리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지에 따라 수리 논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진다. 하지만 최근 논술 추세를 보면 과학논술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과학 논술 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Q.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연세대학교 논술을 봤을 때, 고사실을 잘못 찾아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첫 논술시험이니만큼 그날따라 유독 긴장이 많이 되었는데 수험번호를 잘못 보고 고사실을 착각하는 실수를 했다. 심지어 시험이 시작되고 나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감독관님께서 내 수험표를 대조해보시더니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라. 문제를 다 풀고 퇴실할 때 저를 따로 부르시더니 고사실을 잘못 찾아왔다고 하셔서 매우 당황했다. 내가 본 시험지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감독관분께서 내 답지를 원래 고사실로 보내주신다고 했다. 다행히도 원래 고사실과 같은 문제를 풀었기에 답지가 무사히 교환(?)될 수 있었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할 운명이었던지, 그 해에 운이 한 번 더 따라주었다. 연세대학교에서 문제를 푸는데 그날따라 수학 2번 문제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풀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시간은 점차 흘러갔다. 2번 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들을 다 풀고 나자 약 30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나에겐 2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어떻게든 2번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2번 문항을 깔끔히 포기한 채 다른 문항의 답안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도저히 2번 문항을 풀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다른 문제를 검토하기로 결심했다. 검토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보다 계산 실수가 많았고 풀이과정도 미흡한게 눈에 보였다. 남은 시간동안 다른 문제들을 수정하여 제출하게 되었다. 그 후 연세대학교 수학 2번 문항에 오류가 있어 전원 정답처리를 하겠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만약 2번 문항을 푸는 데에 시간을 썼다면 다른 문제들을 검토할 시간이 없었을 테고 계산 실수들 때문에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2번 문항을 포기한 덕분에 합격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Q.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앞에서 모의고사 수학 성적이 논술 준비를 할 때에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상위권 대학의 논술 전형 합격을 위해선 좋은 수학 성적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부분은 수학 성적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수리 논술에 유리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을 잘한다고 논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시험장에 가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기출문제를 통해서 본인이 논술에 잘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논술 전형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수능 이후까지도 논술 시험이 기다리고 있어 유독 입시가 길게 느껴질 것이다. 나 역시도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의 수험생활이 매우 길고 고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를 버틸 수 있게 했던 것은 이 과정을 1년 동안 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후회 없이 공부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논술을 공부할 수 있었다. 논술 시험 이후 ‘수능 끝나고 조금만 더 논술을 공부할걸, 조금만 더 책상에 앉아있을 걸’이라는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 아무리 입시가 힘들고 길게 느껴지더라도, 마지막까지 후회하지 않을 공부를 이어가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