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한 마리 잡았다. 이 돼지를 먹으려면 우선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사자가 돼지를 잡았다면, 목을 먼저 물어서 숨통을 끊고, 목 아래나 아랫배를 뜯어 먹기 시작할 것이다. 짐승들은 이렇게 먹는다. 그런데 인간이라면? 우리는 돼지를 잡으면 그냥 뜯어먹지 않는다. 돼지를 그냥 뜯어 먹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런 짐승 같은 놈!” 그렇다. 우리는 무작정 달려들어 먹는 게 아니다. 털을 제거하고 돼지를 자른다. 어떻게 자를까? 부위별로 자른다. 바로 구성 요소로 자르는 것이다. 구성 요소로 나눈다는 것은 뭔가 그것만이 가진 특징들을 통해 나누는 것이다. 위치와 고기의 특징에 따라 삼겹살, 목살, 갈빗살, 등심 등등을 나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파악하여 부위별로 나누어 먹는다. 그래야 인간이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분류하는 동물이다. 약간 어렵게 말하면 카테고리(category; 범주)를 만들어 체계를 세운다. 특징을 파악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짐승이 아닌 인간이니까. 그래서인지 필자 역시 뭔가를 말할 때 분류부터 하는 습성(?)이 있다. 자, 분류가 필요한 것들은 필자에게 가져 오라. 깔끔하게 분류해 줄 테니.

그럼 이 습성에 걸맞은 분류를 해보기로 하자. 오늘의 분류 대상은 MMI다. ‘MMI’는 ‘Multiple Mini Interview’의 약자다.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다. 직역하면 ‘다중 소형 면접’. 영어가 일상화된 요즘에는 ‘다중 미니 면접’이라 부른다. 즉 미니 면접이 다중으로 있다는 것이다. 더 풀어 말하자면, 미니 면접을 여러 개 치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MMI에서는 면접실이 여러 개다. 한 학생이 여러 면접실을 돌며 면접을 진행한다. 이런 면접을 치르는 학교는 서울대(면접실 5개), 성균관대(면접실 4개), 한림대(면접실 3개) 등이다.

여러 방을 돌기 때문에 면접 문제들이 여러 개고, 따라서 문제 유형들을 분류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많은 방을 돌며 가장 다양한 문제들을 푸는 서울대 MMI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예시는 서울대학교 2019학년도 MMI 기출 제시문을 들겠다. 2020학년도 기출 문제가 아니라 2019학년도 기출 문제를 예시로 든 이유는 문제가 다채롭기 때문이다. 그림도 들어가 있음에 주목하라.

[제시문 1]

(가)

1937 년 미국의 한 제약회사는 기존에 알약으로 판매되던 항생제를 유기용매에 녹이고 딸기향을 첨가하여 어린이가 먹기 쉽게 시럽으로 만들어 판매하였다. 그런데, 이 약을 복용한 353 명 중 105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였다. 이 사건 후, 동물에 해당 시럽을 투여해 보니 다수의 실험동물이 죽었다.

(나)

1957 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수많은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입덧 치료제를 개발해 판매하였다. 그러나 이 입덧 치료제를 복용한 산모에게서 팔과 다리가 극히 짧은 기형아들이 1만 명 이상 태어났다.

(다)

1960년대에는 개를 이용한 독성연구가 많았다. 이후에는 개보다는 쥐를 이용한 독성연구가 일반화되었다. 1980년대부터는 실험용 물고기를 이용한 독성연구도 도입되었다.


[제시문 2]

사진 3

반달리즘(vandalism)은 개인 또는 공공의 구조물이나 문화재를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를 말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에는 건물 벽이나 지하철에 낙서 비슷한 그림이나 글씨가 몰래 남겨진 경우가 꽤 있는데, 이는 그래피티(graffiti)라 불리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대개 불법이며, 그린 사람이 발견되는 경우 많은 벌금을 내야한다.

영국 태생의 뱅크시(Banksy)는 그래피티를 하다 경찰에 쫓기면서 숨었던 쓰레기트럭의 차체에 인쇄된 스텐실(stencil) 그림을 보고서, 이것을 자신의 예술 기법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예: 사진 3). 독특한 느낌과 함께, 때로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의 그래피티들은 점차 큰 인기와 함께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발견되면 지워졌지만, 이제는 그의 그래피티들을 둘러보는 것이 인기 관광코스가 되었다.


[제시문 3]

(가)

1943년 생텍쥐페리(Saint-Exupéry, 1900~1944)는 그의 마지막 소설 『어린왕자』를 발표한다. 이 소설은 아래의 그림과 함께, “어른들은 모자라고 보았지만, 어린왕자에게 그것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

독일의 한 철학자는 “이 소설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모든 고독을 달래주고 이 세상의 불가사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위대한 시인의 메시지이다”라고 했다.

(다)

생텍쥐페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나누고 할 일을 지시하지 말고,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어라.”


[제시문 4]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일요일 오전 11시입니다. 부부와 두 자녀는 특별한 약속이 없어서 주말 내내 집에 있습니다. 아버지가 1시간 거리에 있는 ○○물고기 축제에 가보자고 제안합니다.

아내는 추운 날씨에 나가는 것이 귀찮았지만, 그냥 찬성합니다.

큰아이는 낚시를 싫어하지만 유별나게 군다고 잔소리 들을까봐 가겠다고 합니다.

둘째 아이는 나머지 가족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함께 집을 나섭니다.


이렇게 4개의 제시문이 각각 별도의 면접실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외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서류 기반 면접이 하나 더 추가된다. 그래서 총 5개의 면접실이 운영되었다.

서울대학교 MMI에서 예전엔 출제되었지만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에는 빠진 유형은 요약하기다. 다소 긴 분량의 글을 주고 요약하게 한 다음 이어서 추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최근에 빠졌다.

자, 위 문제들을 간략히 표로 정리해 보자.

이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로, 세밀하게는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먼저, 인문학/사회과학적 사고 능력을 묻는 유형이 첫 번째이다.이 문제들에서는 제시문 1, 2, 3,이 이에 해당한다. 동물 실험과 임상시험 문제는 생명과학적 접근이 가능한 문제이지만, 나아가 윤리학적 접근이 결합되어 있다. 동물의 권리와 관련된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면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다. 두 번째 제시문은 예술에 관련된 문제다. 낙서를 넘어 불법이라 생각되는 그래피티가 예술로 평가되는 것, 나아가 사회 문제를 제기하는 메시지를 담는 참여적 성격을 띠면서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관광자원이 되기까지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것이다. 공무원의 입장이라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물었으니, 정책적 판단까지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 제시문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가져온 글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에 관한 문제, <어린 왕자>가 던지는 메시지, 동경심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이 문제들은 모두 인문학적 성찰, 사회과학적 비판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로 인성과는 무관한 문제다

두 번째 유형의 문제가 바로 상황 면접 문제다. 우리가 MMI를 ‘상황 면접’이라고 부를 때 가리키는 바로 그 상황 면접 문제다. 서울대학교 2019학년도에 출제된 위 문제들 중에서는 <제시문 4>가 이에 해당한다. 추운 겨울 주말에 아버지가 물고기 축제에 가자 하시는데, 모두들 내켜 하지 않으면서 아버지를 따라 나선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의사소통 방법과 관련된 문제로 우리가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태도와 관련된다. 이 문제는 가족 관계에서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면접은 가정 생활에서 나타나는 상황뿐 아니라 학교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 상황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그렇다.

[제시문]

동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고, 전교회장을 맡고 있다. 같은 학교의 다른 2, 3학년 학생 11명과 더불어 6월에 열리는 로봇 경진 대회에 출전하기로 하여, 1월에 동아리를 결성하였고, 동아리 회장도 맡게 되었다.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A, B, C조 각 4명씩 짝을 이루어 진행하고 있다. 각 그룹별 진행 사항을 2주에 한번 씩 모여서 논의하고, 남은 2개월 뒤 로봇 경진대회에 출전하려고 한다. 한 달 전부터 C조가 맡은 음성 인식 부분이 지연되어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 문제는 2017학년도 서울대학교 MMI에 출제된 제시문이다. 이와 같이 상황 면접은 가족생활, 학교생활, 일반 사회생활 등 다양한 상황을 바탕으로 문제가 출제된다.

2019학년도에 출제되지는 않았지만, 그 전에 출제된 상황 면접 문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유형이 상황 면접의 또 다른 유형, 위에서 세밀하게 세 유형으로 나눈다 했을 때의 마지막 유형이다. 그것은 바로 의학 상황 또는 의료 상황이라 부르는 상황 면접이다.

[제시문]

당신은 대학병원의 수술 보조를 하고 있는 OO과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이다. 환자 바로 옆에 간호사와 집도의(과장)가 함께 있는 현장에서, 과장이 수술과정에 명확한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을 지금 보았다. 당신이 보기에, 이 실수를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았다. 과장은 매우 권위적인 성격이면서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무척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문제는 서울대학교 2015학년도에 출제된 문제이다. 여기에서의 상황은 수술실에서 과장이 실수하는 것 같을 때 전공의인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완전한 의학적 상황 또는 의료적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게 이 역시 의사소통의 문제가 이 문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황이 의학 또는 의료 상황으로 주어져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필자는 이를 ‘의학적 상황’ 또는 ‘의료 상황’이라 부른다.

의학적 상황 또는 의료 상황 면접이 출제되는 대표적인 학교는 한림대학교다. 한림대학교 MMI에서는 인성영역, 상황영역, 모의상황영역이라는 세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면접 시험을 본다. 이 세 개의 영역에서는 의학/의료 상황과 비의학/비의료 상황이 혼합되어 출제되는데, 의학/의료 상황의 예시 하나만 보도록 하자. 다음은 한림대학교 2020학년도 MMI 상황영역 문제 중 하나이다.

[주문제]

현재 말기 암 환자들이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 사용기를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환자들은 사용 후 증상호전이 있다며 다른 암 환자들에게 복용해 볼 것을 권하고 있으나 식약처는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단계문제]

1.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권장하는 이유를 환자의 입장에서 설명해 보시오.

2. 식약처 및 정부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를 공공의료 관점에서 설명해 보시오.

3. 당신이 의사인데 환자가 사용해도 될지를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변을 할지, 그 근거와 함께 이야기해 보시오.

이 문제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문제 3). 단순히 의사소통의 방법뿐 아니라 의학적/의료적 판단까지 해야 하는 문제이다. 엄청 어렵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들에 접근하기 위한 의료 윤리나 의사 윤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문제도 기본적으로는 배려와 공감의 태도에 바탕을 둔 타자 이해를 전제하는 문제다.

이렇게 하여 MMI 문제들을 유형화했다. 이를 도표로 다시 만들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런 분류를 이해하면 MMI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인문학/사회과학 제시문을 활용하는 문제는 자연계열 학생들도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지식과 사고력을 쌓을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 사실 자연계열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이 부류의 문제들이다. 이 유형들을 연습하다가 포기하며 “선생님, 저는 그냥 서울대 안 치고 MMI 없는 대학만 지원할래요.”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다. MMI를 지원하는 학생들이라면 이런 유형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상황 면접은 오히려 수월하다. 의학적 상황 또는 의료적 상황 같은 경우 기본적인 의사 윤리를 알면 된다. 이를 제외하고는 비의학/비의료 상황이나 마찬가지 문제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그 또는 그녀를 배려하는 태도를 견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MMI 문제는 대학별로 조금씩 다르고, ‘MMI’라는 이름을 달지 않은 의학계열 면접도 MMI와 유사한 면접들도 있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이 문제들은 여기에서 분류한 유형 중 어느 한 가지에 포섭된다. 이 문제 유형들을 잘 알아 두고 자신이 지원한 대학들의 기출 문제들을 풀어보며 실력을 키우기 바란다.

이명순
개논비연구소 대표/ 다원교육 입시연구소 부소장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사 석사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사 수료
Boston University Visiting Sch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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