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표가 있는데 정시 컨설팅을 뭐 하러 돈 주고 받나요?”

저는 정시 컨설팅은 돈낭비라고 생각하는 수험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컨설팅이 정시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은 아닙니다. 컨설팅 없이도 대학에 잘 가는 수험생이 사실은 대다수이니까요. 그럼에도 비싼 값을 지불하고 정시컨설팅을 의뢰하는 수험생들은 매해 넘쳐납니다. 연말에 정시 컨설팅 신청하기가 콘서트 티켓 예매하는 만큼이나 어렵다는 풍문도 들리더군요. 도대체 정시 컨설팅의 효용은 무엇이며, 믿어도 되는 걸까요? 여러분과 똑같은 의문점을 안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당해 정시 컨설팅을 참관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컨설턴트들은 수험생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원서를 쓰는 수험생들의 심리입니다. 수험생 심리 파악이 왜 중요하냐구요? 이것이 정시 입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수험생들이 수시에 지원하는 마인드와 정시에 지원하는 마인드는 아주 다릅니다. 일단 수시에서는 소신 지원이 가능합니다. 이유는 많아요. 내가 붙을지 말지에 대한 감이 잘 안 오기 때문입니다. 평가 기준이 복합적이기도 해서, 내가 배치표 상 몇 등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원서를 씁니다. 엄밀히 말하면 ‘대충 붙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안고 쓰는 것이죠. 원서도 6장이니 부담이 덜하기도 할테고.

그런데 정시에서는 패기를 부리기가 어렵습니다. 수능 점수와 대학별 배치표가 눈 앞에 떡 하니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서열을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점수에 맞춰 학과를 고르는 경우가 수시에 비해 훨씬 많아집니다. 대학의 간판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기상 재수의 위협이 더 크게 체감되는 탓도 있죠.

이와 같은 이유로 정시 입결 서열은 수시와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2018년도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가 1.9% 컷이었는데, 에너지자원공학과는 4.3%가 뜬 게 한 예시이죠. 선호도가 더 높은 에자공의 컷이 오히려 무너진 것입니다. 2017년도에는 경희대 회계세무 3.7%, 철학 2.3%가 뜬 사례도 있었습니다. 안전하게 내려 쓰려는 친구들이 몰려서 터무니없게 떨어질 수도 있고, 점수가 부족하지만 펑크를 노리고 회계 세무를 질렀다가 합격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즉, 수험생들이 안전하게 쓰려고 하는 학과들이 오히려 컷 점수가 잘 안 무너지는 경향성을 보이고, 반대로 수시에서의 인기학과들의 커트라인이 무너지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는 것입니다. 단지 수험생들의 심리 때문에 말이죠.

그렇다면, 컨설턴트가 수험생 심리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입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컨설팅에서 심리 분석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합격 예측의 메인 근거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근거는 데이터입니다. 컨설팅 팀의 경우 매일 여러 업체에서 제시하는 컷, 모의 지원하는 학생들의 추이, 경향성, 컷에 따른 변동 등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컨설팅이 단순한 심리적 추론이 아닌 통계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판단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매일 추적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혼자 힘만으로는 정시의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해주기도 하네요.

제가 직접 참관하며 체감한 정시 컨설팅의 효용은 이 정도입니다. 다만, 컨설팅이 기적을 이루어줄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한 해 정시 접수 인원 모두가 한 컨설팅 업체로 몰린다면 컨설턴트의 입시 조작이 용이해져 기적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그건 현실성도 없고, 상식선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정시컨설팅은 수험생의 심리와 표본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지원 안을 짜주는 과학적인 절차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다원입시연구소 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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