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들어가는 포털 사이트에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하나가 추천되어 올라가 있었다.

문송합니다그만전공보다 코딩수강 열 올리는 인문대 생들

서울의 한 대학교 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임명주(22.여)씨는 전공보다 코딩 과목을 우선으로 수강 계획을 짰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씨는 “기초적인 코딩을 배우는 과목에 수강생이 몰려 겨우 신청할 수 있었다”며 “강의 남은 자리를 구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90년대 학번만 해도 대학의 낭만을 이야기하곤 했다. 2학년 까지는 즐기다가 군대 갔다 와서 열심히 공부하면 충분하다는 선배들도 많았다. 듣고 싶은 말은 원래 더 잘 들리기 마련이다. 물론 대학의 낭만은 인문대 출신들이 주도적으로 논했다. 당시에도 이공계 전공자들은 중간, 기말고사를 잘 보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곤 했으니깐 말이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선 코딩 수업을 신청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코딩 수업은 컴퓨터 언어인 C언어, 파이썬, 스크래치 등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주로 가르친다. 얼핏 보면 공학계열 학생만 수강할 것 같지만 최근의 코딩 수업 경쟁은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더 치열하다. 교양과목으로 수강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련 학과 1학년 전공수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의 수강 목적은 대부분 취업이다.

90년대 후반 IMF는 사회를 바꾸어 놓았고 그 파장은 대학에 까지 미쳤다. 그 파장은 많은 시작을 만들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전공과 상관없이 토익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취업을 위해 어학연수를 떠나기 시작했다. 대학의 낭만은 취업 실패의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문대 생들도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현실의 벽을 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IT붐이 일어났고, 대부분의 신산업은 IT에서 탄생했다. 구글, 애플, 삼성전자 모두 공통적으로 IT 산업의 선두주자들 아닌가. 그런 기업에서 인문대 생을 뽑아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점점 인문대 생은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였다.

코딩 수업에 몰리는 인문대 생들은 기사에서 보듯이 취업이 목적이다. 더 많은 구직자를 요구하는 IT시장에서 취업의 문을 두드려서 더 높은 확률로 취업을 성공하리라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 싸움은 인문대 생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 문과를 나오고 대학에서 인문을 전공한 학생들이 갑자기 진로를 바꾸는 것은 자신의 무기를 온전히 포기하겠다는 뜻이니 말이다. 인문적 사고와 IT적 사고가 융합된 것도 아닌 그저 IT산업에 필요한 기초적 지식을 갖고 구직 시장 초입에 몰려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한 번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정말 인문대 생이라 취업이 안 될까? 사회는 언제나 주력 산업이 존재했다. 16세기에는 무역이었고, 18세기에는 섬유, 20세기에는 금융, 21세기에는 IT산업이다. 물론 이런 주력 산업에서 배재된 산업일 경우 일자리는 급격한 감소를 겪곤 하지만, 시장이 발달할수록 일자리는 언제나 일정부분 다양하게 존재해 왔다. 대신 일자리가 줄어든 분야에서는 더욱 능력 있는 사람만이 그 시장을 독점했다.

대부분의 인문대 생은 자신의 전공이 얼마나 전문적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어학계열로 진학한 사람 중에 몇 명의 사람이 자신이 전공한 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까? 역사를 전공한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인문대 생을 요구하는 시장은 줄어들었지만 그 시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있는 시장으로 떠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취업을 원한다면 시장이 요구하는 능력을 충족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은 누구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지만, 모두가 잘 할 수 있지는 않다는 사실과 더불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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