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TBC 스카이캐슬 홈페이지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아직 드라마를 한 편도 보지는 않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종영이 되면 날을 잡아 한번 꼭 챙겨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치동 한복판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카이캐슬과 관련하여 오늘 한 신문에 올라온 ‘계층 세습’의 통로로 전락한 교육…더 견고해진 ‘스카이 캐슬’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는 ‘나 혼자 아닌 우리’라는 제목으로 해당 신문사에서 연중으로 기획한 기사들 중 두 번째 기사였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험문제 유출이나 학생부 조작과 같은 부정행위’, ‘미성년 자녀 논문저자 등재와 같은 부모의 부정한 대입 지원’, ‘로스쿨면접에서의 부모 직업을 묻는 부당한 질문’ 과 같은 대학입시 및 로스쿨입시 관련 부정행위 또는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고발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녀의 경제적 지위 또한 높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 소개


교사의 갑질, 공부 잘 하는 학생에 대한 학생부 집중 관리 등 학생부 중심의 입시 패러다임 전환이 가져온 부작용과 수능 절대평가로 대변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실패에 대한 비판


기사를 통해 기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학종과 같은 학생부 중심의 입시 제도로 인한 계층 대물림 현상에 대한 비판”인 듯 하다. 그리고 기사에서는 그 대물림의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이 자행되기 때문에 비판의 여지가 더욱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긴 글을 읽으면서 상기된 얼굴로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졌고, 기자의 정의감에 나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의 의견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학종을 둘러싼 여러 입시 현상을 비판하기에 앞서 과연 학종이 이렇듯 부정을 저질러 가면서, 값비싼 비용을 들이면서 준비해야 하는 전형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종을 위한 학생부 관리는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에 그려지듯, 학생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심층적인 학업활동을 값비싼 컨설팅을 받아가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생활을 충실히만 행한다면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관리이다. 문제는 이 충실한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고등학교에서는 과목별로 매학기 수행평가가 이루어진다. 교사들이 이 수행평가를 평가 취지에 맞게 제대로 된 내용과 형식으로 부과하고, 학생들은 부과된 과제에 대해 관련 자료들을 충실히 조사하여 결과물을 만들고, 만들어진 결과물을 교사들이 제대로 평가하여 공정하게 점수를 부여한다면, 그리고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이 수행한 충실한 학업 활동의 과정을 교사들이 학생부에 제대로 기재해 주기만 한다면 학종을 위한 학생부 관리의 상당 부분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수행평가는 교사에게나 학생에게나 성가신 부가적 평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행평가 준비에 하룻밤 정도만을 투자하여 인터넷 블로그 베끼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고 있고, 그렇게 날치기로 준비한 수행평가 결과물에 대해 대부분의 교사들은 만점을 주고 있다. 왜냐하면 중간, 기말고사라는 시험에 비해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시험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행평가를 위한 학생의 ‘수행 과정’과는 무관한 무의미한 문구만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있다. ‘적극적이다’, ‘심층적이다’, ‘탁월하다’…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면 학생부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 무슨 근거로 이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 말들은 모든 학생들의 학생부에 다 있으니 말이다. 수행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읽은 자료가 무엇인지, 학생이 얼마의 기간 동안 그것을 준비했는지, 수행평가 후에 수행한 더 깊이 있는 후속 활동이 있는지, 있다면 그 활동의 내용은 무엇인지… 이런 사실(fact)이 학생부에 상세히 기재되지 않는다면 ‘탁월하다’는 말을 아무리 반복해도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

수행평가 뿐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뇌과학에 대한 생명과학자 초청 강연을 열었다고 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연 시간에 강연 장소에 앉아 있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도 담임교사들은 그것이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활동인 양 전교생의 학생부에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한 글귀를 CTRL+C,V 해준다.

이는 명백한 거짓이고 기만이다.

학생들은 이 강연을 통해, 그리고 강연 후의 후속활동을 통해 뇌과학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관련 내용을 학생부에 풍부하게 기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강연을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상세히 공지하고 학생들의 활발한 학업 활동을 유도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학교나 교사 또한 해당 강연을 마련한 교육적 취지에 맞는 학업 지도를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같이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교내 활동에서도 학생과 학교, 교사들은 기본적인 교육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학내 활동을 충실히 활용하여 관련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기만 하더라도 학생부의 내용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학종의 학생부 관리는 대치동의 일류 컨설턴트의 조언이 필요한 값비싼 고급스럽고 비밀스러운 관리가 아니다. 학교가, 교사가, 학생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고교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지극히 교육적인 활동의 결과물이다. 스카이캐슬이라는 자극적인 드라마 설정에만 관심이 쏠려, 많은 사람들이 학생부 관리에 대한 본질을 오해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p.s.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수행평가와 학교 프로그램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내신과 수능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그런 활동들을 다 포기하고 교과 공부만 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학생은자기가 열심히 공부한 결과물인 내신과 수능으로 교과전형, 정시모집으로 대학에 진학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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